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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성수동 로드투어] 철학이 있는 복합문화공간, 카페 ‘레필로소피’



성수동 카페거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성수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세련된 카페거리를 상상하고 왔다면 의외로 투박한 느낌에 놀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분위기와 골목 곳곳에 숨어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만난다면 이 곳의 매력에 빠질 것입니다.


신도리코 블로그에서는 성수동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성수동 로드투어’ 기획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성수동 핫플레이스는 바로 복합문화공간 카페 ‘레필로소피’입니다.





카페 레필로소피에 들어서면 탁 트인 천장과 한 면을 모두 자리잡은 책장이 인상적입니다. 카센터로 이용된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카페 겸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자동차 수리센터의 메카로 불리는 성수동 역사에 걸맞은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레필로소피’는 성수동을 대표하는 카페 중 일찍 이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2015년 4월 문을 열어 이제 2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 동안 레필로소피 공간에서는 클래식 공연부터 게임 행사까지 다양한 문화 활동이 열렸는데요. 창업자의 공간 운영 철학이 담긴 이 곳의 매력을 현장 인터뷰를 통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복합문화공간 카페 레필로소피 한기일 실장


카페를 '레필로소피'라고 이름 붙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카페 ‘레 필로소피’는 불어로 철학자 라는 뜻입니다. 초창기 카페는 유럽 문화이며 사람들이 모여 철학을 토론하고 인본주의 얘기를 나누던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레 필로소피라는 이름이 카페가 생겨난 근본적인 철학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철학관이라고 한자 이름도 고민했지만 불어가 더 저희들의 지향점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레필로소피'는 바리스타, 영화인, 음악가, 플로리스트가 의기투합해 만든 공간이라고... 네 분의 조합으로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게 된 배경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끼리 복합문화공간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아 고민하던 중 성수동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전공한 저와 음악가 형님은 3년 전부터 성수동에 살고 있었는데요. 임대료가 저렴해서 성수에 자리 잡았는데 생활할수록 특유의 매력이 예술문화와 잘 맞겠다 생각했습니다. 신사동에서 활동하는 바리스타님도 좀 더 새로운 공간에 목말라 있었고요. 나중에 플로리스트 분이 투입해 4명이 이 공간을 만들게 됐습니다.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해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 계기는 무엇인가요?


성수동은 공장 건물, 자동차 정비소 등이 많은 곳이잖아요. 정갈하지 않고 투박하면서 나름의 멋이 있어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1층짜리 폐공장 건물을 찾았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바로 카센터였습니다. 일반 건물 1층 공간보다 천장이 높고 탁 트인 건물이라 마음에 쏙 들었죠. 창립자 모두가 공간 운영에 대한 각각의 꿈이 있었는데 이 공간을 통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위) 카센터가 있었던 건물 (아래) 같은 공간을 리모델링해 탄생한 레필로소피 카페 전경



레필로소피 공간에서 창업자 네 분의 의견이 반영된 곳은 각각 어디인가요?


각자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이루고 싶은 로망을 반영하였습니다. 우선 벽 한 면을 차지한 책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명색이 가게 이름이 ‘철학자’인데 생각을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이 책장을 책으로 빼곡하게 채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자와의 만남’ 등 책과 관련된 행사나 활동을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입구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벽면은 소리가 넓고 깊게 퍼질 수 있게 고려해 만들었습니다. 운영진 중에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다 보니 설계할 때부터 음향 시설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실제로 레 필로소피는 공연도 많이 진행하는데요. 얼마 전에는 조관우 콘서트, 피아니스트 정한빈 콘서트 등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조관우 콘서트 진행 모습 (출처: 레필로소피 페이스북)



2층은 음악 작업을 하면서 예술 문화 팟캐스트 작업을 할 수 있게 레코딩 룸을 만들었고요. 1층 카페공간 옆에는 샵인샵 형태로 ‘플라워랩’도 마련했습니다. 성수의 문화를 반영해 신발을 관리하고 수선하는 ‘슈케어샵’을 운영할까도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남성적인 색깔이 강해 플라워 샵으로 대신 하게 됐죠.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해서 그런지 카페가 넓습니다. 상대적으로 앉을 자리를 더 놓을 수 있음에도 빈 공간이 많이 보이는데요. 내부를 이렇게 디자인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공간을 다양하게 운영하자는 저희의 철학이 반영됐습니다. 의자와 책상을 옮기면 콘서트장이 됐다가 플리마켓 장터가 되기도 합니다. 공간에 대한 제약을 줄이고 이 곳을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하다 보니 카페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행사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자리와 자리 사이에 여유 공간이 많으면 오는 사람도 마음이 편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곳이 되겠다 싶은 마음도 있죠.


레필로소피는 대관도 많이 진행하고 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나 공간활용 사례가 궁금합니다. 


아이돌 영상 촬영부터 게임행사까지 정말 다양한 행사를 이 곳에서 진행했습니다. 작년 5월에 진행한 클래시오브클랜 행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전 세계 게임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였는데 카페 공간에서 실제 게임 플레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한테도 유쾌한 경험이었죠. 피아니스트 정한빈 공연도 반응이 좋았습니다. 공간이 넓고 천장이 높아 클래식 공연도 인기가 많습니다.



토크콘서트 진행 모습 (출처: 레필로소피 페이스북)



어떻게 이렇게 폭넓은 분야 행사를 진행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가게를 처음 문 열자마자 메르스 여파로 운영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오픈한 지 6개월 만에 문을 닫는 것인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죠. 나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레필로소피만의 특징을 살려 여기저기에 공간 활용을 제안했습니다. 포트폴리오도 돌리면서 직접 홍보를 하던 중 몰랑 캐릭터로 유명한 윤혜지 작가의 캐릭터 페어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문화행사 이력이 쌓이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써의 아이덴티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진행하며 저희가 영감을 받기도 하는데요. 3월에는 ‘성수 나이트’라는 아트쌀롱 형태의 심야 프로그램도 기획 중입니다. 새벽 0시에 시작해 밤새 영화도 보고 와인도 마시며 새벽을 즐기는 프로그램이죠. 앞으로도 레필로소피를 찾는 손님들이 좋아할만한 문화 행사를 다방면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우리 가게가 '이것만큼은 성수에서 최고다' 하는 것이 있다면?


이것저것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죠. 각자의 특기를 살려 기타 수업이나 인문학 클래스를 열기도 하고요. 좋은 사운드 품질도 다른 곳과 차별화 되는 점입니다. 리모델링 당시 벽에서 살짝 떨어뜨려 벽돌을 셋팅해 놓아서 안으로는 소리가 잘 울리고 밖으로는 나가지 않게 했습니다. 그 덕분일지 각종 음악 콘서트를 진행했는데 아직까지 민원이 들어온 적이 없습니다.



격자로 벽돌을 쌓아 벽면 전체가 음향 효과를 낼 수 있게 만들었다



플로리스트가 직접 꾸민 생화를 카페 곳곳에 진열해 꽃 향기와 커피 향이 어우러져 좋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카페 메뉴로는 라떼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하는데 산미가 풍부하고 끝 맛이 깔끔한 것이 레필로소피 라떼의 특징입니다. 레필로소피 디저트 시그니쳐 메뉴 반숙 카스텔라와 함께 먹어보세요!





레필로소피를 찾은 손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


매장을 열기 전에 찾아온 손님이 있었어요. 프랑스어를 배우셨는데 성수동에서 불어로 된 카페 이름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들렀다고 하시더라고요. 성수동에 복합문화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좋아하셨어요. 지금도 공연할 때 종종 들러주시곤 하죠.


제가 영화 평론가 겸 작가 활동을 해서 영화와 예술을 접목한 팟캐스트나 소규모 인문학 클래스를 진행하는데요. 영화 클래스를 방문한 손님 한 분도 기억에 남네요. 그 분은 성수동 수제화 거리에서 구두 디자인 일을 하는 분이었는데요. 평소에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 분이 영화 수업을 신청한 이유는 아버지를 좀 더 이해해보기 위해서였어요. 최근 아버지가 영화 수입사를 차리셨는데 자신이 보기에는 아버지가 선택하는 영화 종류가 흥행과는 거리가 멀어 답답해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영화를 배워보겠다고 결심한 것이죠.



레필로소피 2층에는 영화와 미술을 마루는 팟캐스트를 녹음하는 장소가 마련돼있다



성수동이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지?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활동을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떤 동네에서 하루를 즐기려면 카페뿐 아니라 쇼핑, 공연, 식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합니다. 성수동은 아직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월등히 많습니다. 성수의 문화를 반영하면서 한 공간에서 모든 것을 소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레필로소피는 이런 곳이다'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레필로소피는 커피도 마시면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 컬쳐 플레이스다.





마지막으로 2017년 레필로소피의 목표와 다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현재 레필로소피 이름으로 2호점을 준비 중입니다. 장소는 아직 비공개지만 1호점이 성수의 분위기를 가득 담았듯이 2호점도 그 곳에 배경과 문화를 반영할 계획입니다. 레 필로소피가 탄생한지 이제 3년차가 되었는데 이 곳을 찾아주는 분들께 더욱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는 것이 올해의 중점 과제가 될 것 같네요!






문화를 만드는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는 카페 레필로소피는 오늘도 새로운 모습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성수동에서 커피도 마시면서 문화활동을 즐기고 싶다면 변화의 매력이 있는 복합문화공간, 레필로소피를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