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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예술적 색채가 가득한 도시 <멕시코 오악사카 vs 노르웨이 베르겐>



멕시코 남쪽의 오악사카와 북반구 끝자락의 노르웨이 베르겐은 상반된 기후와 자연환경을 가졌지만, 특별한 건축양식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도시가 지닌 독특한 건축양식은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뿐 아니라 예술가들의 감성까지 채워줍니다. 오랜 전통이 살아 숨쉬면서 우아하면서도 멋과 기품이 느껴지는 두 도시를 소개합니다.



원주민과 스페인의 문화가 조화로운 멕시코 오악사카 



▲ 소칼로 광장을 중심으로 뻗어진 도로



오악사카는 멕시코의 예술 도시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와하카라고 부르는데, 전체 이름은 오악사카데후아레스로 멕시코 오악사카 주의 주도입니다. 멕시코 남서부의 해발고도 1545m 고원에 위치한 이 도시는 1987년 유네스코가 보호하는 세계문화유산도시로 지정되었습니다. 


오악사카는 예술적 감성이 가득한 매력적인 곳으로 멕시코 현대 미술의 중심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미술을 주도하는 곳답게 도시 곳곳에 파스텔톤의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심상치 않습니다. 골목마다 수준 높은 공예품과 그림을 파는 갤러리 그리고 카페와 식당이 줄지어 있습니다. 골목 끝 광장은 우아한 분위기 마저 감돕니다. 


오악사카 특유의 분위기는 멕시코 특유의 문화와 스페인의 문화가 어우러져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몽환적이면서 초현실주의적 분위기를 풍기는 수도원들과 식민지 건물들, 그리고 원주민 전통 복장의 사람들이 어우러진 거리는 과거에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 소박한 오악사카 마을에서 유독 화려한 성당, 산토도밍고



스페인이 지배했던 남미대륙의 도시 중심에 광장이 자리 잡고 있고, 광장을 중심으로 대로가 뻗어 나갑니다. 오악사카에도 중앙 광장인 소칼로가 있는데, 멕시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중 하나로도 꼽힙니다. 소칼로의 끝에는 스페인 총독부였던 건물과 산토도밍고 성당이 있습니다. 1529년 이곳을 침략한 스페인 사람들은 시가지에 바로크 방식의 건물들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오악사카의 중심을 잡아주는 산토도밍고 성당은 1608년에 완공된 건물입니다. 성당 내부의 제단을 금칠로 단장하는 등 바로크 양식의 건물로 화려하게 치장했습니다. 벽은 2미터가 넘는 두께로 설계되어 지진이 잦은 곳에서도 오랜 세월을 견뎠습니다. 성당에는 수도원이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오악사카 문화 박물관이 있습니다. 원주민의 문화도 뚜렷하게 남아있습니다. 


오악사카에서 가볼 만한 곳 중 하나를 꼽는다면 미틀라의 사포텍 문명 유적지입니다. 미틀라는 9~12세기에 전성기를 누린 문명인데 종교 행사를 이끄는 제사장들이 살았던 건물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이 침략한 후에도 멕시코에서 종교적 의식이 진행되었던 곳입니다. 



▲ 이국적인 여행의 맛을 자아내는 전통 행사



사원 외벽에 부조 형태의 기하학적인 무늬는 요즘의 카펫 디자인에도 사용되고 있는 익숙한 무늬입니다. 이 지역은 멕시코 전국에서 원주민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민족의상과 민예품 등 원주민 문화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사포텍과 믹스텍 원주민뿐 아니라 공식적으로 16개의 부족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곳의 주민들은 스페인어를 잘 할 것 같지만 3분 의 1 정도는 원주민 언어를 쓰며 주민들의 절반 정도는 스페인어를 아예 모릅니다. 과거 침략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고립성 때문에 독자적인 문화를 보존한 것입니다. 


도시 중심에 있는 소칼로 광장에서는 각종 행사가 진행되어 원주민들의 의상과 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도 남성들은 멕시코 특유의 색채를 담은 망토와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여성들은 전통 의상을 갖춰 입는 경우가 많아 이국적인 여행의 맛을 자아내는 곳입니다.



예술가의 마음을 빼앗는 낭만의 도시, 노르웨이 베르겐 



▲ 노르웨이 내에서도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고장 베르겐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무대로 알려진 베르겐은 노르웨이 내에서도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오슬로 다음으로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작은 마을이 지닌 풍부한 매력과 분위기 덕분에 해마다 세계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 옵니다. 


노르웨이 서남부 해안가에 위치한 베르겐은 몽롱한 산봉우리와 시원한 폭포, 그리고 빙하지형의 일종인 피오르드로 유명합니다. 피오르드는 노르웨이 자연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빙하가 침식돼 만들어진 좁고 긴 골짜기에 바닷물이 밀려들어온 것을 말합니다. 송네, 하르당에르, 게이랑에르, 뤼세 등 노르웨이의 이름난 피오르드를 구경하려면 베르겐을 거쳐야 합니다. 


자연의 섬세한 아름다움 못지않게 이곳 사람들이 만들어낸 도시 풍경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산기슭에 기대어 옹기종기 지어진 집들과 노을이 비끼는 바다 풍경은 동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만 같습니다. 베르겐은 적은 인구에도 활력이 넘쳐납니다. 베르겐은 1070년 올라브 퀴레왕에 의해 도시가 형성되었으며, 12세기에서 13세기까지는 노르웨이의 수도이기도 했습니다. 



▲ 노르웨이의 웅장한 자연을 탐험할 수 있는 베르겐



베르겐의 구시가지인 브뤼겐은 중세 북유럽 특유의 목조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삼각 지붕이 즐비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브뤼겐 지역은 베르겐의 낭만이자 상징입니다. 


이 목조 건물들은 베르겐이 14세기 한자동맹 시대 무역의 중심지였을 당시, 독일인 무역상이 브뤼겐에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가옥을 알록달록하게 칠한 것입니다. 현재 남아 있는 브뤼겐 마을의 목조건물 중 일부만 14~16세기 것으로 나머지는 1702년 화마를 겪은 뒤 다시 원형대로 복원해 놓았습니다. 


건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숫자가 적혀있는데 새로 지어질 때마다 표기를 해둔 것입니다. 투박하고 질박한 원색의 목조 가옥은 베르겐 시가지를 생동감 넘치고 정감 있는 매력적인 도시로 각인시킵니다. 현재 건물 안에는 당시의 생활 모습을 말해주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 그림같이 펼쳐진 베르겐 집들의 조화



베르겐 도시 곳곳에는 거리 예술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브뤼게 스트라데 지역에 가장 볼 것이 많습니다. 도시가 가진 예술적인 분위기에 걸맞게 이곳은 예술가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베르겐의 대표적인 예술가는 그리그입니다. 베르겐에서 태어난 그리그는 ‘페르귄트’ 등의 대표작을 남겼습니다. 피오르드가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 언덕의 예쁜 집에서 살던 그리그는 매일 바라보는 노르웨이의 아름답고 다양한 자연과 삶, 전설 등을 끊임없이 악보로 옮겼습니다. 


극작가 입센은 젊은 시절 베르겐 국민극장 전속작가 겸 무대감독이었습니다. 이곳에 머문 6년 동안 입센은 수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극작가로 성공하는데 큰 발판을 만들었습니다. 노르웨이의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뭉크 역시 베르겐과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절규’가 바로 베르겐을 끼고 있는 피오르드를 산책할 때 얻은 영감을 표현한 것입니다. 


해발 320m의 플로엔 산 정상에 오르면 베르겐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손에 잡힐 듯한 거리의 시가지와 산자락 아래 그림같이 펼쳐진 앙증맞은 집들의 조화는 북구 도시의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베르겐



유구한 세월을 품은 역사와 문화의 도시는 황홀한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기후, 지역, 역사적 배경은 모두 다르지만 도시가 가진 특별한 색깔은 예술가들의 예술혼을 깨웁니다. 또한, 과거로부터 내려온 매혹적인 건축양식과 파격적 색채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영감이 됩니다. 무엇보다 그러한 것들을 온전히 보존하는 오악사카와 베르겐을 통해 도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방법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