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신대리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인간을 위한 건축’으로 잘 알려진 현대 건축의 위대한 거장 르 꼬르뷔지에(Le Corbusier)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단순히‘사람이 사는 집’에서 ‘더 많은 사람이 더 효율적인 공간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집’으로 기존의 건축관념을 깨고 독특한 건축 양식을 구축해 온 그의 대표적인 건축물! 신도리코 서울 본사를 비롯하여 아산공장, 청도공장을 건축 디자인 역시 '르 꼬르뷔지에'의 현대 건축 양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요, 과연 어떤 이야기 일 지 지금 확인해 볼까요?
건축 이론의 선구자 ‘르 꼬르뷔지에’
약 40여 년 전, 스타니슬라우스 폰 무스(Stanislaus von Moos)는 그가 쓴 <르 꼬르뷔지에의 생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르 꼬르뷔지에에 의해 진행된 논의의 적잖은 부분이 아직도 현재의 건축과 도시계획의 모든 논의에서 기초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각인이 찍힌 많은 형태는 오랫동안 건축의 공유재산이 되면서 익명화되었다. 전 세계의 건축잡지가 르 꼬르뷔지에의 유산으로 끼니를 이어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스타니슬라우스의 말대로 르 꼬르뷔지에의 유산은 오늘날 건축에 기초를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물론 전 세계의 많은 건축잡지가 르 꼬르뷔지에의 유산만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단언할 수 는 없겠지만, 분명 많은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죠.
르 꼬르뷔지에의 본명은 샤를 에두아르 잔느레Charles Edouard Jeanneret로, 1887년 스위스의 작은 마을 라 쇼드퐁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서른이 되던 해에 유럽의 중심 파리로 이주하였는데 <에스프리 누보>란 진보적 예술 잡지를 창간하며‘ LeCorbusier'라는 이름으로 처음 서명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그는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의 여러 곳에서 왕성한 건축 작업을 이어나갔고, 그의 나이 일흔여덟이 되던 해, 태양이 작열하는 푸른 바다에서 해수욕하다 심장 발작으로 사망했습니다. 전위적 건축가의 전위적인 마지막 모습이었죠.
근대라는 시대는 르 꼬르뷔지에란 불멸의 건축가를 탄생시켰고, 르 꼬르뷔지에는 다시 근대건축을 절정으로 이끌었습니다. 아직도 그가 남긴 건축은 많은 건축가의 동경 대상이며 또 꿈이기도 합니다. 거의 반세기 가량 많은 건축 매체들의 끼니를 책임져 주고 있는 이 위대한 건축가가 남긴 위대한 유산들을 찾아가 볼까요?
신화적 분위기가 가득한 ‘롱샹 성당’
프랑스 벨포르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에 롱샹이란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아주 옛적부터 이곳은 성스러운 고장으로 여겨졌는데, 12세기 즈음 사람들은 이곳에 성모 마리아 상을 모셔왔고, 롱샹과 성모 마리아는 이런 인연으로 맺어져 있답니다. 이 롱샹 마을의 언덕에 르 꼬르뷔지에는 성모 마리아를 위한 성당을 설계했는데요, 흔히‘ 롱샹 성당’으로 부르는 성당의 정식 명칭은‘ The chapelleofNotreDameduHaut inRomchap’입니다. 무슨 뜻 인지 감이 오시나요? 풀어서 살펴보면,‘ The chapelle’은‘ 예배당’,‘ NotreDame’은‘ 성모 마리아’,‘ duHaut’는‘ 언덕 위’를 뜻하므로 ’롱샹마을 언덕 위의 성모 마리아 예배당‘이라 볼 수 있겠네요^^
이 성당은 시적 조형성으로 충만합니다. 부드러운 곡선과 곡면 그리고 여러 추상적 은유들로 가득한 성당은 내부와 외부 모두 신화적 분위기로 가득합니다. 르 꼬르뷔지에는 롱샹 성당의 봉헌식 날, 눈물을 글썽이며 성당의 높으신 분들을 앞에 모셔놓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예하(隸下). 나는 이 교회를 건설하면서 침묵의 장, 기도의 장, 평화의 장 그리고 안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의 장을 창조하고자 원했습니다. 성스러운 것에 대한 애정에 의해 우리의 노력은 활기를 부여받습니다. 종교적이건 아니건 어느 것은 신성하며 또한 어느 것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예하. 이 교회가 당신과 이 언덕을 올라오는 사람들 마음속에 우리가 새겨놓은 것에 대한 메아리를 일으켜 주기를 희망하면서, 아마도 모름지기 겁 없이 짓기는 했지만 충실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이 교회를 이제 당신께 인도합니다.”
근대 건축의 대표작, ‘빌라 사부아’
파리의 중심부에서 30Km 정도를 벗어나면 푸아시(Poissy)란 작은 마을이 나타납니다. 이곳에는 르 꼬르뷔지에의 대표작 중에서도 으뜸이라 할 만한 작은 집이 하나 있습니다. 작은 집의 이름은 <빌라 사부아 Villa Savoye>. 1929년, 사부아Savoye 부부를 위해 르 꼬르뷔지에가 설계한 주말 주택(Villa)인데요, 이 집은 르 꼬르뷔지에의 대표작이기도 하며 근대건축의 표상과도 같은 건축물입니다.
이 집은 근대건축의 여러 상징적인 모습들을 품고 있습니다. 집이 있는 푸아시는 포화상태에 이른 파리 근교에 있는데요, 빌라 사부아는 근대 이후 복잡한 도심의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말 주택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당시 돈 좀 만지던 사부아 부부는 주말에 이곳까지 무엇을 타고 갔을까요? 마차? 아닙니다. 그들은 당연히 근대 중산층의 부의 상징이자 아이콘인 승용차를 타고 갔답니다. 그래서 이 집의 1층 평면은 자동차의 회전반경에 맞춰 U자형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빌라 사부아는 자동차의 궤적을 몸에 세기고 있는 당시 최신식 집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집은 르 꼬르뷔지에가 정립한‘ 근대건축의 5가지 원칙’을 옹골차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 다섯 가지 원칙이란 첫째 필로티, 둘째 옥상정원, 셋째 자유로운 평면, 넷째 가로로 긴 창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섯째 자유로운 입면 등을 말합니다. 거칠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근대에 맞는 합리적인 건축 방식을 적용하여 새로운 건축을 만들자는 것이죠. 빌라 사부아는 관념으로 충만한 집인데요, 근대 건축의 상징인 이 집은 집 자체가 박물관화 되어 있는데,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오직 이 작은 집을 보기 위해 파리의 외곽까지 오는 수고를 마다치 않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빛 ‘라 뚜렛 수도원’
1959년. 말년의 르 꼬르뷔지에는 프랑스 리옹에서 26Km 떨어진 라브레슬(L'Arbresle)이란 곳에 수도원을 설계했습니다. 낮은 산 정상에 자리 잡은 라 투레트 수도원. 이곳은 건축 순례지임이 분명합니다. 입구에서 드넓게 펼쳐진 초록 벌판을 배경으로 강렬한 육면체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그 강렬한 기하학적 형태와 무채색의 파사드는 초록벌판과 극렬한 대비를 이루며 그 자신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초록바탕에 회색 박스 하나가“ 날 좀 보소!”라고 외칩니다. 내부로 굳게 닫힌 듯 보이는 수도원은 가까이 갈수록 외부와 소통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필로티는 내외부와의 소통을 가능케 하고 있으며, 리듬감 있는 입면과 다이내믹한 소성전의 형태는 주변 환경과의 유쾌한 조우를 가능케 합니다.
하지만 내부의 공간은 침잠의 세계로 이어집니다. 르 꼬르뷔지에가 고안한 인체척도에 따른 정교한 위치의 개구부와 그로 인해 절제된 빛, 무심한 듯 거친 벽과 사색으로 이끄는 복도, 6m X 1m X 2.4m의 고독과 침잠의 수방, 이 모든 것들은 고독한 삶을 추구하는 수도사들의 생활과 맞닿아 있습니다. 대성당의 강렬한 육면체의 공간도 허허롭되 차분하고, 빛 대포, 빛 기관총 등에 의한 변주의 공간들은 대비의 모습으로 차분함의 분위기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꼬르뷔지에 말년의 건축인 라뚜렛 수도원. 그의 날카로운 감성에 덧붙여진 야성적인 건축 형태와 디테일은 거칠고 막돼 보이는 조악함이 아닌 모진 세파를 견뎌낸 노인의 두터운 주름을 떠오르게 합니다. 라 뚜렛 수도원에서 느껴지는 이 범접하기 어려운 원숙미는 그의 깊게 팬 주름과 닮았답니다.
- 글/사진 건축가 최우용
사실 글과 사진으로 르 꼬르뷔지에의 건축을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감이 없잖아 있죠?^^ 신도리코 서울본사와 아산공장, 청도공장 등을 설계한 한국의 건축 거장 '민현식 교수'는 하나의 조형적 특징으로 공간끼리의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선을 중요한 건축 포인트로 꼽고 있는데요, 이 부분 역시 르 꼬르뷔지에의 건축 양식에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진으로 만나볼까요?
건축가 민현식이 1997년 지은 뒤 2011년 리모델링한 서울 성수동 신도리코 본사. 본관동 벽면에 붙어있는 기나긴 철제계단은 직공들이 바깥 햇살을 누릴 수 있도록 유인하는 건축적 장치다. 사진 아래쪽은 지하 구내식당.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는 옥상정원과 실내정원, 사내 갤러리 및 체육관, 휴게실은 민현식의 신도리코 공장이 이미 십수 년 전에 전범(典範)을 제공한 것입니다. 신도리코 서울본사는 건물 외벽에 식당으로 향하는 길고 좁은 철제계단을 달고, 지하 1층 식당에는 미술작품을 설치했죠. 민현식 교수는 이러한 디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장을 설계할 때 내가 마음속에 두었던 생각은, 사실 건축적 얘기보단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있었어요. 일정한 조도(照度), 일정한 온도, 일정한 습도 안에서 하루 종일 나사를 조이며, 50분 일하고 10분 쉬는 작업을 무한히 반복하는 그 사람들에게 내가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답은 하나였어요. 그들에게 잠시나마 햇빛의 아름다움을 선사하자. 지금이 봄이구나, 지금은 춥구나…. 이런 기초적인 자연의 감동을 느낄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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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 칭다오에 세워진 신도리코 중국 판매법인 사옥.
담백한 디자인에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해 현대적 느낌을 준다.
이상으로 현대 건축의 거장, '르 꼬르뷔지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건축 소식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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