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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자연에 대한 배려, 그 어울림의 건축

안녕하세요, 신대리입니다.

 

근대건축의 거장’, ‘유기적 건축의 창시자’, ‘자연을 품은 공간 디자이너.’ 모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를 수식하는 단어입니다. 그는 세계 3대 근대 건축가로 유기적인 건축을 통해 역사와 지리, 그리고 인간을 건축 속에 모두 통합하려 했는데요. 유기적 건축이라는 고유의 색깔로 건축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물들을 만나보겠습니다.

 

 

미국 건축계의 아버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글 정영철(경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미국 위스콘신 리치랜드센터에서 태어났다. 건축가가 되길 바라는 부모 밑에서 자라나 어릴 때부터 예술과 가깝게 지냈다. 어린 시절엔 나무블록을 가지고 놀며 기하학 형태와 조형에 대한 감각을 키웠고, 농촌생활을 통해 자연과 하나 된 삶의 행복을 느끼며 자랐다. 훗날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구조적 아름다움을 갖추면서도 외부와 내부 공간이 자연스럽게 융합된 건축을 구상한다. 당시 건축가들이 네모난 상자 같은 건물에 치중하던 것과 달리, 그는 천연 재료를 사용해 자연환경에 어울리는 유기적인 건축(Organic Architecture)을 만들었다. 유기적 건축이란 실외와 실내가 융합된 유기체 구조를 지닌 건물로, 요즘 떠오르는 자연친화적 건축과 맞닿아 있다.

 

라이트는건축은 자연을 지배, 변형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며 광대하고 다양한 걸작을 남겼다. 그는 광활한 풍토를 배경으로 일생 동안 8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맡아 400개 이상을 완성시켰다. 이에 미국건축가협회는 1991, 그를전 시대에 걸쳐 가장 뛰어난 미국의 건축가, 2000년에는 그의 작품 낙수장을 ‘20세기의 건축물로 선정하였다.

 

 

집과 인간이 자연에 스며드는 낙수장

 

 

  

 

 

유기적 건축의 대표작인낙수장(Falling Water)’은 폭포수 위를 가로지르는 주변 암석 위에 자리한 그림 같은 개인 주택이다. 라이트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6개월을 구상한 끝에거주자는 자연환경에 가까이 살아야 한다고 결론지으며, 건물 아래로 물이 흘러 작은 폭포를 형성하는 주택을 만들었다. 마치 물과 바위 위에 주택이 떠 있는 듯 보인다. 낙수장의 1층은 쟁반 모양의 테라스이다. 한쪽은 산과 바위를 마주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공중에 떠 있도록 했다. 2층에는 각자의 테라스를 갖는 침실 3개가 있다. 그는 떨어지는 시냇물 위에 집을 앉히고 거실 바닥에는 자연석이 그대로 노출되어 자연 그 자체가 집의 거실이 되도록 했다.

 

 

 

 

 

 

그는 의뢰인에게당신이 폭포를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폭포와 함께 생활하기를 바랍니다. 폭포가 당신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낙수장에서 자연은 건축과 대립하는 요소가 아닌 교감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낙수장은어떤 집도 언덕 위나 어딘가의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된다. 집은 언덕에 세워져 언덕에 속하는 것이어야 한다. 언덕과 집이 서로 공존하며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려야 한다라는 유기적 건축에 관한 라이트의 신조를 뒷받침한다. 이렇듯 낙수장은 자연 풍광과 건축, 외부와 실내의 융합, 원대한 건축개념과 실용적인 생활이 한데 조화된 구현체로서 낭만과 합리성을 하나의 창조물로 이끌어낸 걸작이다.

 

 

자연과 함께 숨 쉬는 로비 저택

 

 

 

 

 

라이트는 20세기 초, 미국 중서부에 자연과 조화를 이룬대초원의 집(프레리 하우스, prairie house)’을 만든다. 대초원 주택은 완만한 경사를 이룬 지붕이 넓게 퍼져 있고, 그 아래에 창이 띠 모양으로 연속 배치되어 있다. 처마는 공중으로 가볍게 내밀어져 있어 수평선을 강조한다.

 

프레데릭 로비 저택(Frederick Robie House)’은 그의 대표적 대초원주택으로, 에드윈 체니를 위해 지어졌다. 긴 사각형 대지 위에 3층으로 올린 로비 저택은 낮고 길게 돌출된 지붕들이 수평선을 강조하고 있다. 캔틸레버 구조(모자의 채양과 같이 한쪽만 지지되고 한쪽 끝은 돌출한 구조물 형식의 하나)로 뻗어 나온 지붕은 무려 6.4m에 이르며, 그 지붕 밑에는 같은 길이의 베란다가 설치되어 있다. 높이가 낮은 3층 주택이지만 집 곳곳에 설치된 대형 유리창과 출입구, 얕게 드리워진 지붕 덕분에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태양빛을 최대한 받아들인다.

 

 

공간의 연속성이 돋보이는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한 구겐하임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은 철강 사업가인 솔로몬 R. 구겐하임이 자신이 수집한 현대 미술품을 전시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라이트가 설계를 맡았다. 계단이 없는 나선 구조의 전시장으로, 마치 건물 전체가 거대한 달팽이 모양의 추상 조각 같이 보인다.

 

 

 

 

흰색 나선 모양이 부드럽게 확장되는 달팽이 모양의 미술관은 관람객이 먼저 승강기를 이용해 최상층으로 올라간 후 나선 모양의 내부 경사로를 통해 내려오며 벽면에 전시된 그림을 보도록 되어 있다. 둥근 나선 모양의 순백색 외형은 네모난 건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네모 상자와 같은 건축물이 유행하던 시대에 이런 독특하고 기이한 건축형태를 만들어낸 상상력이 놀라울 뿐이다. 한때 경사로를 따라 난 전시 공간 때문에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독특한 설계로 인기를 모으며 뉴욕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였다.

 

 

 

 

미국이 낳은 위대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작품 감상해봤는데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가 설계했던 창조적인 작품들과 유기적 건축은 여전히 큰 의의를 갖습니다.

 

 

 

 

위 사진은 신도리코 서울 본사의 옥상 정원입니다. 신도리코의 본사건물 역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유기적인 건축물처럼 자연과 어우러져 숨쉬고 있습니다.  자칫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건물에 정원을 조성하여 보다 따뜻하고 평온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위대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새로운 작품을 더 이상 볼 수는 없지만, 그의 영향을 받은 후대의 유기적 건축물들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