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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자유로운 조형미와 예술을 지향하는 건축가, 프랭크 게리

안녕하세요, 신도리코 신대리입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개방적이고 파격적인 건축으로 사람들의 찬사를 받습니다. 부드러운 곡선과 날카로운 직선이 조화를 이룬 기하학적 구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이로운 감정마저 들게 합니다.

 

 

 

▲ 페이스북 사옥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오른쪽)과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왼쪽)

*출처: http://www.designboom.com

 

 

또 프랭크 게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SNS 페이스북의 사옥을 설계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며 현대건축의 지표를 제시하는 프랭크 게리의 건축 세계를 순천향대학교 건축학과 이일형 교수님의 목소리로 전해드립니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미켈란젤로

 

프랭크 게리는 스스로를구속받기 싫어하는 유대계 자유주의자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빈곤한 어린 시절을 보낸 까닭에 값싼 건축 재료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예술적 소질과 다수의 유명 예술가들과의 교류, 그리고 가업이었던 철물점과 가구 회사 등으로부터 보고 배운물고기형태나재료의 본성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자유로운 조형을 구현해 왔습니다. 그의 디자인 과정은 모델 작업을 기반으로 구조, 디테일 등 거의 모든 건축 작업을 수행하는데, 이는 마치 조각을 다루듯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건축적 배경을 바탕으로 기존의 사고를 깨뜨리는 자유롭고도 독창적인 형태가 나타났으며, 이로써 프랭크 게리는 최초의 해체주의 건축가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그는 다양한 건축 실무와 유럽 기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1962년에 자신의 사무실을 개설하고, 이후 게리 파트너스, 게리 테크노로지스에 이르는 사무소 운영을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이런 업적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 상과 미국건축가협회 골드메달 등을 수상하는 영광도 얻었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피어난 장미꽃,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Walt Disney Concert Hall)’은 샤로운(H. Scharoun)베를린 필하모닉 홀에서 영향을 받았는데, 마치 스테인레스 스틸로 피어난 장미꽃 같은 모습입니다. 이 건물의 로비에는 조작이 가능한 큰 유리 패널을 두어 선물가게식당카페지하 주차장의 접근로와, 미리 기획된 공연 공간 등을 포함한 각종 부속 시설로의 접근성을 최대한 살렸습니다.

 

 

 

▲ 프랭크 게리는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의 외관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덮어 장미꽃이 피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프랭크 게리는 프로그램을 해체하고 각 요소에 개별적인 형태를 부여한 후 그들을 서로 연결시켰습니다. 2,400석 규모의 콘서트 홀 내외부 형태는 시각적음향적으로 매우 친밀한 느낌을 주는데, 좌석의 배열이 각각 다른 높이와 방향을 가지고 있어 청중들이 직접 오케스트라와 접촉하여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외부는 이탈리아산 석회석과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됐습니다. 프랭크 게리의 건축은 콜라주(collage)라기 보다는 형태들의 대립과 충돌(collision)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의 접근 방법은 조각의 개념으로부터 나옵니다.

 

 

은빛 티타늄으로 다듬어진 조각,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20세기 말에 가장 주목받은 건축물로써 그에게 확고한 명성을 가져다준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Bilbao)’은 은빛 티타늄으로 다듬어진 조각 작품과도 같습니다. 프랭크 게리는 마치 태양을 향해 뻗은 한 송이 꽃과 같은 빛이 가득한 아트리움과 솟구쳐 오르는 듯한 높은 다리와 어우러져 비스듬하게 돌아가는 전시장을 만들어냈습니다. 50m 높이의 조각과 같은 중앙 아트리움 주변에는 자연 채광이 도입된 3개 층에 걸친 19개의 전시 공간(상설 전시실 30m 길이 130m의 기획 전시실생존 작가의 전시실)과 곡선형 통로유리 엘리베이터계단실 등이 있습니다.

 

 

 

▲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내부

 

 

또한 미술관 개관 시간과 관계없이 사용 가능한 강당레스토랑소매점과 같은 부속 시설들은 주 출입구에 연결돼 있고 광장에서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주요 외장재로는 스페인산 석회암과 티타늄 패널을 사용했으며, 대형 유리 커튼월을 통해 강과 이를 둘러싼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게 했습니다.

 

 

 

▲ 중심축인 아트리움에서 크고 작은 전시 공간이 동심원적으로 돌아 올라가면서 

여러 방향으로 뻗어 나가도록 설계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프랭크 게리의 건물에 담긴 디오니소스적 정신은 다듬어진 혼돈과 독특한 고안을 통해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천년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 시대의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 미술관 내부에서 만날 수 있는 리처드 세라의 작품들, 1층의 가장 큰 전시관에 8작품이 전시돼 있다

 

 

야누스(Janus)같은 모습의 건물, IAC 빌딩

 

미국 온라인 미디어 대기업인 ‘IAC 빌딩(Interactive Corp Headquarters, New York)’은 야누스의 모습과 같아 타임지가 선정한가장 경이로운 현대 건축물 10’에 선정됐습니다. 9층 높이의 이 건물은 멀리서 봐야 전체 윤곽이 드러나는데, 가까이에서는 유리판 방향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전체가 쉽게 파악되지 않는 독특한 형태입니다. 그는 건물을 5개의 개별 모듈로 분리하고 3개의 옥탑 타워를 셋백(set back, 사선 제한 등에 의해 건물의 상부를 후퇴시켜서 건축하는 것)해서 전체 스케일을 줄였습니다.

 

 

 

▲ 물결이 치는 듯한 외관이 인상적인 IAC 빌딩. 마치 항해하는 배를 연상케 한다

 

 

기울어진 형태 때문에 슈퍼스트럭춰(superstructure) 구조가 채용됐고, 휘거나 구부러진 외부 유리패널은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세라믹으로 특수 코팅됐습니다. 로비에 설치된 세계에서 가장 큰 2개의 고화질 비디오 프로젝트 벽은 하나의 설치 미술로서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해 IAC 빌딩의 많은 브랜드와 사업 내용을 방문객들에게 전달합니다. 이제껏 건축 속에는 공간만이 존재해왔지만, 야누스와 같은 모습의 이 건물에는 가상공간(virtual space)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IAC 빌딩 내부

 

 

“건축은 예술이다.”

 

프랭크 게리의 건축 철학입니다. 그는 건축가라면 끊임없는 '자기다움'의 추구로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건축가가 건축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때, 건축물도 생명력과 본연의 색깔을 갖기 때문입니다. 그의 건축물이 빛나는 것은 이러한 확고한 신념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예술적 건축을 보여준 프랭크 게리의 작품 어땠나요? 앞으로도 거장 건축가의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