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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내 삶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영화 <시카고> 속 ‘연극성 인격장애’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다른 사람의 애정과 관심은 삶의 질을 높이는 촉매제가 되곤 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강한 집착은 오히려 대인관계를 망치는 원인이 되고, 끝내 사랑하는 사람까지 잃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영화 <시카고>는 타인의 시선 때문에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는 주인공을 통해 ‘내 삶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구인가’하는 물음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 영화 시카고 스틸컷 (*출처: 코리아픽처스)



사랑 받지 않고는 못살아


개인의 편향된 성격과 경향 탓에 사회적으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는 인격장애는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 중 연극성 인격 장애는 히스테리성 인격 장애라고도 불리며, 흔히 타인의 관심을 받기 위해 과장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즐기는 것을 말합니다.


연극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감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자신이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쉽게 화를 내거나 흥분합니다. 이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격정적으로 감정을 쏟아내면서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도 숨어있습니다.




▲ 영화 시카고 스틸컷 (*출처: 코리아픽처스)



또한 이들은 타인의 애정을 받기 위해 무언가를 성취하기 보다는 외모를 꾸미는 것에 집중하며, 자신의 외모를 성적으로 어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극성 인격장애가 심해지는 경우에는 타인의 관심을 붙잡는 수단으로 거짓말과 허영을 늘어놓게 되는데, 이를 반복하다 현실과 허구를 구별하지 못하는 증상인 ‘리플리 증후군’에 빠지기도 합니다.



삶이 곧 무대가 된록시


영화 <시카고>의 주인공 록시(르네 젤위거)는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무대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찬 여배우입니다. 불륜 상대가 자신을 무대에 세워준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자 록시는 홧김에 그를 살해하게 되고, 감옥에서 살인죄로 수감된 그녀의 우상 벨마(케서린 제타 존스)를 만납니다. 돈밖에 모르는 변호사 빌리(리차드 기어)를 통해 가련하고 아름다운 피해자를 연기하게 된 록시는 매일 신문과 잡지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되고,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아내는 데에 성공합니다.




▲ 영화 시카고 스틸컷 (*출처: 코리아픽처스)



감옥에서 록시와 벨마가 벌이는 일종의 암투는 빌리를 통해 더 빨리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한 싸움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녀들이 원하는 것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대중의 관심뿐입니다. 특히 록시의 경우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를 이용해 사람들의 동정을 사고, 관심이 시들해지자 거짓 임신 소동을 벌이는 등 마치 무대 위 배우처럼 자신의 인생을 조작하고 연기하며 즐기는 지경에 이릅니다.


무죄판결이 내려지고 무대의 주인공이 바뀌듯 언론의 관심이 다른 죄수를 향하자 그녀는 감옥에 있을 때보다 더한 절망을 느끼는데요. 오롯이 주인공으로서 활약할 수 있는 무대는 언제든지 주인공을 바꿀 수 있는 공연이 아닌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그녀는 끝내 깨닫지 못했던 것이죠.



끝없는 연극의 말로리플리 증후군


히스테리성 인격장애를 보이는 정신과적 질환 중에는 소설과 드라마를 통해 잘 알려진 ‘리플리 증후군’이 있습니다.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있는 리플리씨’는 알랑 드롱의 눈빛 연기가 돋보이는 ‘태양은 가득히’라는 영화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후 맷 데이먼이 리메이크작에서 리플리를 연기해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주인공 ‘리플리’는 부호의 아들 ‘리키’의 인생을 탐하다 결국 그를 살해하고 자신이 리키가 되려 하는데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외면한 채 거짓말을 반복하다 어느새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여기게 되는 리플리 증후군은 환자가 처한 현실이 부정적일수록 심각한 증세를 보입니다.




▲ 영화 리플리 스틸컷 (*출처: 태원엔터테인먼트)



<시카고> 속 록시의 경우 꾸며낸 허상과 현실을 혼동하진 않지만, 거짓말에 대한 죄의식이 없고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한다는 점에서 리플리 증후군의 징조를 보입니다. 또한 리플리 증후군 환자들은 자신이 꾸며낸 허구의 존재가 되기 위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록시 역시 불쌍한 피해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 과거를 조작하고 외모를 바꾸는 등 자신의 거짓말에 맞춘 인생을 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 영화 시카고 스틸컷 (*출처: 코리아픽처스)



리플리 증후군의 우선적인 치료방법은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것이지만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강압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대신 현실의 대인관계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며 거짓말이 잘못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보다 거짓말이 들키더라도 관계가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시카고(2002)


감독: 롭 마샬

출연: 르네 젤위거, 캐서린 제타-존스, 리차드 기어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꿈꾸며 연예계를 동경하는 순진한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 役)는 ‘바람부는 도시’ 시카고가 약속하는 모험으로 가득한 화려한 삶에 끌리게 된다. 록시의 단 한가지 소망은 화려한 무대 위에서 주목을 받는 스타가 되는 것이다. 나이트 클럽의 코러스 싱어로 일하던 록시는 착하고 헌신적인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는, 나이트 클럽의 사장과 절친한 친구라고 말한 프레드의 유혹에 넘어가 내연의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자신을 무대위의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는 프레드의 약속이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스타가 되려는 꿈이 좌절되자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된 록시. 착한 남편 아모스(존 C. 릴리 役)는 록시의 살인을 단순 강도로 위장하고 대신 감옥에 가려한다. 하지만, 경찰의 조사 도중 진실을 알게 된 아모스는 결국 록시를 감옥에 보내게 된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시카고 최고의 보드빌 배우(통속적인 희극, 춤, 곡예, 노래 등을 섞은 쇼에 출연하는 배우) 벨마 켈리(캐서린 제타 존스 役). 어느날 여동생과 남편이 한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목격하고 두 사람에게 총을 쏜다. 결국 벨마는 일급 살인 혐의로 체포되어 감옥에 가게 된다. 이미 언론에 의해 희대의 살인자로 낙인 찍힌 벨마는 무죄 석방 후 대가를 담보로 간수 매트로 모튼(퀸 라티파 役)을 매수하여 형사 변호사 빌리 플린(리처드 기어 役)을 소개 받는다. 그는 한번도 져본 적이 없는 누구나 변호를 맡기고 싶어하는 최고의 변호사이다. 벨마는 엄청난 비용으로 그를 고용한다. 빌리 플린과 매트로 모튼은 자극적인 사건에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언론의 속성을 이용하여 벨마의 무죄 석방을 시도한다.


한편, 벨마와 같은 감옥에 수감된 록시는 우연한 기회에 빌리 플린을 만나게 된다. 록시의 사연에 흥미를 갖게 된 빌리에게 록시의 남편 아모스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임료를 제시하지만 아내에 대한 헌신적인 모습에 감동한 빌리는 벨마 대신에 록시의 변호를 담당하기로 하고 이로 인해 야심만만한 두 여인의 운명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벨마에 대한 관심이 식은 자리에 죄 없는 착한 배우지망생으로 떠오른 록시는 순식간에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게 된다. 한편, 록시에게 빌리 플린과 세간의 관심, 재판 날짜 마저 빼앗겨 버린 벨마는 록시에 대한 앙심을 품게 된다. 드디어 시카고 형사 재판소에서 화제의 인물 록시 하트의 살인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리게 되는데...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