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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감정의 롤러코스터 영화 <미스터 존스> 속 ‘양극성 장애’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아찔한 경사를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는 제일 인기 있는 놀이기구입니다. 하지만 롤러코스터를 매일, 하루에 수차례 탄다면 그것이 즐겁기만 한 일일까요?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제대로 된 안전바도 없이 오르는 남자가 있습니다. 바로 영화 <미스터 존스>의 주인공 존스입니다. 감정의 격랑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양극성 장애를 이해하고 그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출처: 소니픽쳐스홈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추락하는 감정엔 날개가 있다


흔히 조울증이라고도 불리는 양극성 장애는 기분이 최고조에 이르고 과도한 자기애착을 보이는 ‘조증’과 끝없는 무력감에 사로잡혀 우울감을 떨치지 못하는 ‘울증’이 교대로 나타나는 질환을 말합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 정서는 우울감입니다. 조증이 발현될 때의 감정 상태는 이를 가리려는 수단으로 하늘을 향해 치솟던 비행기가 갑자기 떨어지듯 급격한 감정의 변화를 겪기 때문에 조울증에서의 우울감은 일반적인 우울증보다 더 심각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영화 <미스터 존스>의 주인공 존스(리차드 기어)는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트라우마로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남자입니다. 그는 질환으로 인해 안정적인 직업을 갖지 못한 채 병원과 일용직을 전전하다 공사장에서 사고를 일으켜 목숨을 잃을 뻔 합니다. 자유로운 새처럼 공사장 난간을 위험천만하게 거닐던 존스. 조증 상태일 때의 자신은 일당백의 직원이며 처음 만난 동료에게 선뜻 저녁 식사값을 주는 유쾌한 남자입니다. 그러나 조증 상태에서 깨어난 자신은 심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주치의인 리비(레나 올린)외에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외로운 사람이 됩니다.


이처럼 양극성 장애 환자들에게 있어 조증은 우울한 자신의 내면을 가려주는 방패의 역할을 하지만, 그 뒤의 본모습이 돌아왔을 땐 더 큰 우울감을 느끼게 하는 ‘추락하는 비행기의 날개’가 됩니다.






웃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은 조증


양극성 장애 환자들이 조증 상태에 놓여있다고 해서 그저 긍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증 또한 하나의 질환이기 때문에 지나친 자기애로 인해 타인의 감정 상태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원만한 대인관계가 어렵습니다. 또한 처음 본 여성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 스킨십을 하는 존스처럼 본능 지향적으로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조증은 단순히 기분이 좋은 것을 넘어서 과민해지고 분노 억제가 되지 않는 양상으로 흐르기 때문에 양극성 장애 환자들은 울증일 때보다 조증 상태일 때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존스가 데이트장소인 클래식 공연장 무대에 난입해 고성을 지르고, 그를 제지하는 사람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것은 이러한 조증의 양상을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 출처: 소니픽쳐스홈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양극성 장애의 치료가 어려운 것은 그 원인이 다양하다는 것에도 있지만 환자 스스로 병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증상 때문이기도 한데요. 존스가 양극성 장애를 앓게 된 원인으로 지적되는 사랑했던 여인 엘린의 죽음 역시 존스가 꾸며낸 허상이며, 어린 시절 세상을 떠났다는 부모의 존재 또한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조증 상태일 때 환자의 내면엔 여러 목소리와 생각들이 오가기 때문에 쉽게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존스가 자신의 복잡한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두서 없는 환각과 기억을 왜곡하는 과대망상에 빠져 병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우울감을 이기는 정서적 유대감


울증 상태일 때 환자는 미래를 비관적으로 느끼며 잔걱정이 많아집니다. 이 무력감은 이전에 해왔던 일들이 힘들게만 느껴지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피해망상으로까지 번질 수 있습니다.


존스는 리비와의 상담 시 대부분 울증 상태에 있고, 울증 상태의 존스는 조증일 때에 비해 차분하고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리비가 자신의 트라우마가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자 존스는 불같이 화를 내며 그녀에게 심한 말을 쏟아냅니다. 울증 상태의 환자들이 심한 자괴감을 느끼는 상태에서 자신에게 향하는 지적에 이성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늘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주치의이자 연인이 된 리비 덕분에 존스는 점점 마음을 열어가지만 리비와의 관계에 위기가 닥치자 그의 우울감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그는 조증 상태로 사고를 일으킨 공사장을 찾아가 자살 기도를 하는데, 난간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던 그를 돌려 세운 것은 리비의 진심이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양극성 장애 환자들이 자살 충동을 느끼며 다른 정신적 질환, 특히 비슷한 범주로 이해되는 우울증에 비해서도 양극성 장애 환자들의 자살률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로 회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질환의 원인이 환경적 요인에 있는 경우 리비처럼 환자 주변 인물들의 관심이 절실하고, 환자 대부분이 가족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하나의 주체로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미스터 존스(1993)


감독: 마이크 피기스

출연: 리차드 기어, 레나 올린, 앤 밴크로프트


과거의 사랑했던 여인이 떠난 이후 우울증에 빠져 자포자기 상태에 있는 하워드 존스는 공사장에서 일하던 도중 자살을 시도하다가 정신병원으로 옮겨진다. 그의 담당의사인 리비 보웬 박사는 그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과거속의 여자에 대해 알게 된어 연민의 정을 느낀다. 그리고 의사로서의 신분을 망각하고 존스와 관계를 맺게 된다. 환자와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로 직업에 위기를 느낀 리비는 동료 의사의 충고로 존스를 다른 병원으로 옮긴다. 이에 상처를 받은 존스는 병원에서 나와 공사가 완성된 현장으로 가 다시 자살을 시도하고, 존스에게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은 리비는 의사직을 포기하고 존스를 찾아 나선다.

* 출처: 구글 영화 소개




우리는 가끔 농담처럼 조울증에 걸렸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신 질환으로의 조울증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질병입니다. 본인이나 주변사람이 조울증이 의심된다면 자가진단도 좋지만 전문가의 조언과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영화 속 존스도 좋은 의사 리비를 만나 조울증을 치료했을까요? 그 답은 영화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