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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 영화 <건축학개론>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생의 사랑이 딱 한 번뿐인 것도 아닌데 우리는 어째서 첫사랑을 더 애틋하게 기억하는 걸까요? 영화 <건축학개론> 속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 승민을 통해 지나간 과거를 곱씹는 ‘자이가르닉 효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미완에 대한 미련, 자이가르닉 효과


사람들은 한 가지 궁금증이 풀리지 않으면 끊임없이 그 문제를 생각하고 해답을 얻고자 합니다. 한 번 뇌리에 박힌 문제는 다른 일을 할 때도 우리를 괴롭히는데, 이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생각을 거듭하여 매듭을 지으려는 성향 때문입니다. 성공보다 실패를 더 오래 기억하고, 완성된 마지막 사랑보다 미성숙하고 안타까운 첫사랑을 더 오래 기억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이와 같은 심리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심리학자 자이가르닉 입니다. 식당에 앉아 웨이터를 기다리던 그는 수많은 주문을 헷갈리지 않고 받아내는 웨이터들의 모습을 보면서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그는 한 웨이터를 불러 옆 테이블에 나간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웨이터는 당황하며 방금 나간 음식을 기억해내지 못했습니다. 이미 완료한 주문에 대해선 기억하지 못하는 웨이터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하나의 실험에 돌입했습니다. 피실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같은 과제를 주고 한 조에게만 문제 풀이 과정에 있어 끊임없이 방해공작을 벌이는 실험이었습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방해공작을 받은 조가 그렇지 않은 조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은 수행능력을 보였다고 합니다.


즉 어떤 일을 끝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거나 방해를 받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긴장상태가 지속되다 보면 그 일은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아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과업이 끝나 소용이 없어진 문제는 기억에서 금세 사라집니다. 우리가 과거를 되뇌고 잊지 못하는 것 역시 바로 자이가르닉 효과 때문인 것입니다.




▲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다시 나타난 첫사랑 앞에 흔들리는승민


서른다섯의 건축가 승민은 사랑하는 연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 승민 앞에 15년 전, 고백조차 못하고 떠나 보낸 첫사랑 서연이 나타납니다. 서연은 승민에게 자신이 지낼 집을 만들어달라 의뢰하고, 집을 짓는 과정에서 예전의 기억이 되살아난 두 사람 사이엔 새로운 감정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15년 전 서연과의 작은 오해로 상처를 받은 승민은 사랑하는 연인을 옆에 두고도 다시 나타난 서연에게 흔들립니다. 승민의 마음속 파동은 현재의 서연 때문이 아니라 과거에 두고 온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미련 때문입니다. 결국 그것을 깨달은 승민은 지나간 과거를 아름다운 기억으로 두고 현재의 사랑을 택하지만, 영화는 첫사랑의 여운이 해소되지 않은 채 끝납니다.




▲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어린 시절의 첫사랑은 고백도 하지 못한 채 짝사랑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마음과 고백조차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겹쳐 더욱 강한 미련으로 남는다. 때문에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은 더욱 애틋하게 기억되는 것이죠.



기억에서 벗어나는 방법, ‘떠나 보내기


첫사랑에 미련이 남았다고 해서 무조건 잊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면, 트라우마에서 해방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기억을 종결시키는 것입니다. 파일을 삭제하듯 기억을 삭제할 수는 없지만, 과거는 반복되지 않기에 이미 끝난 일이라는 자기 암시가 필요합니다.




▲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지나간 과거의 기억이 아름답게 간직되는 이유 역시 완결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미완의 기억을 끄집어내 완성시키기 위해 발버둥치기 보다는, 이루어지지 못한 덕분에 아름답게 남은 기억을 인정하고 아름답게 남을 또 다른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건축학개론 (2012)


감독: 이용주

출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줄거리

어쩌면…사랑할 수 있을까?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생기 넘치지만 숫기 없던 스무 살, 건축학과 승민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에게 반한다. 함께 숙제를 하게 되면서 차츰 마음을 열고 친해지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순진한 승민은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고백을 마음 속에 품은 채 작은 오해로 인해 서연과 멀어지게 된다.


어쩌면 다시…사랑할 수 있을까? 15년 만에 그녀를 다시 만났다

서른 다섯의 건축가가 된 승민 앞에 15년 만에 불쑥 나타난 서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승민에게 서연은 자신을 위한 집을 설계해달라고 한다.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작품으로 서연의 집을 짓게 된 승민, 함께 집을 완성해 가는 동안 어쩌면 사랑이었을지 모를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감정이 쌓이기 시작하는데…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