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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미술관 산책] 자연과 예술을 향유하는 곳, 석파정 서울미술관

빽빽한 빌딩들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차와 사람이 가득한 서울 한가운데 아주 조용한 비밀의 숲이 있습니다. 더불어 미술관까지 있어서 잠시 바쁜 생활을 잊고 자연과 문화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지요. 이 곳은 바로 ‘석파정 서울미술관’ 입니다.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석파정 서울미술관’은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석파정’과 함께 미술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명소입니다. 오늘은 석파정 서울미술관과 현재 진행중인 3가지 전시를 자세히 소개해 드릴게요!

 

 

석파정 서울미술관(출처: 석파정 서울미술관 인스타그램)

 

 


왕이 사랑한 정원, 석파정

 

석파정(출처: 석파정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석파정’은 흥선대원군의 별서에 자리 잡은 정자입니다. 원래는 조선 철종과 고종 때의 중신인 김흥군의 별서였는데, 흥선대원군이 이 곳을 보고 반해 아들 고종을 데리고 와 하루를 묶고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이름도 ‘석파정’으로 변경했습니다. 대원군의 아들 고종은 이 별서를 행전이나 행궁 시 임시 거처로 사용하며, 신하들과 함께 국정을 논의하였습니다. 별서를 둘러싸고 있는 빼어난 산수와 계곡, 사계의 아름다움을 모두 품어내며 왕의 국사와 쉼이 모두 이루어진 가장 완벽한 공간으로 왕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었지요.

 

 

유수성중관풍루 (출처: 석파정 서울미술관 인스타그램)

 

‘석파정’은 별서 중 ‘유수성중관풍루’를 지칭하는데, 현재는 편의상 이 공간 전체를 석파정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석파정은 1974년 1월 15일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2012년 석파정 입구에 서울미술관을 개관하였습니다. 서울미술관의 목표는 감상자가 미술관과 전문가들의 권위에 눌려 주어진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미술관이 아닌 감상자 스스로 주체가 되어 창조적으로 감상하는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의문로 11길 4-1
관람일 수요일~일요일 (매주 월, 화 휴관)
관람시간 석파정 오전 11시~오후5시 (입장마감 오후 4시)
미술관 오전 10시 ~오후 6시 (입장마감 오후 5시)
‘석파정 서울미술관 통합입장권’으로 석파정 및 서울미술관 전관 관람 가능(개별 관람 불가능)
홈페이지 https://seoulmuseum.org

 

 


전시1 > 요시다 유니 : (Alchemy)+

 

요시다 유니 - Alchemy+ (출처 : 석파정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2023년 서울미술관에서 진행한 기획전 《YOSHIDA YUNI;Alchemy》는 전 세계를 무대로 패션브랜드, 잡지, 광고, 아티스트의 비주얼을 담당하는 일본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의 여정을 소개하는 전시로, 10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서울미술관은 또 다시 《YOSHIDA YUNI;Alchemy+》를 통해 요시다 유니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 최초로 공개해 많은 화제가 되었던 (2023) 연작을 포함해 2023년 신작 9점과 이와이 슌지 감독의 새 영화 <키리에의 노래> 포스터, 그리고 기존 230여 점에 이르는 요시다 유니의 전 작업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요시다 유니-Alchemy+ 전시 모습(출처 : 석파정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요시다 유니 : Alchemy +
전시기간  2023년 11월 1일~2024년 2월 25일
관람시간 수요일-일요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전시장소  석파정 서울미술관 제1전시실

 

 

 

전시2 > 순수의 전조(前兆) : 천진난만한 영혼

 

순수의 전조 (출처 : 석파정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서울미술관 소장품 특별전시인 《순수의 전조(前兆)》는 김기창, 김병종, 김상유, 이만익, 이왈종, 이중섭, 장욱진, 최영림, 황영성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전시 제목은 18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 의 시에서 제목을 빌려 왔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복잡한 기법 대신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듯 간결하고 대담한 표현이 돋보이는 서울미술관의 소장품을 소개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단지 대상을 단순하게 그리는 것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한 시각을 보여줍니다. 자연의 만물을 우위 하나 없이 하나의 화면 위에 자유롭게 구현한 작품들은 불완전한 매력을 드러내며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고유의 천진난만함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위안을 선사합니다. 또한 민화적인 양식을 바탕으로 한국의 전통 미술의 해학과 정감, 토속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내면의 순수함을 상기시키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모색하는 원동력을 제공합니다.  버리고 비워내는 과정을 통해 핵심만이 남은 예술 작품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순수의 전조 전시모습 (출처 : 석파정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순수의 전조(前兆) : 천진난만한 영혼
전시기간 2023년 11월 1일~ 2024년 2월 25일
관람시간 수요일-일요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전시장소  석파정 서울미술관 2전시실



전시3> 더 라이프 오브 지저스

 

더 라이프 오브 지저스 (출처 : 석파정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 마틴 루터에 의해 촉발된 종교개혁은 기독교의 중요 사건이라는 틀을 넘어 세상을 변화시킨 인류의 유산입니다. 2017년 11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고자 마틴 루터의 고향인 독일연방정부에서는 초대형 기획전을 선보였는데요. 이 전시에서 한국의 거장 운보 김기창(1914-2001)의 <예수의 생애>가 국빈 대우로 초청받아 아시아를 대표하는 성화로 소개되었습니다. 한국 전통에 뿌리를 둔 독특한 시각으로 그리스도의 삶을 담아낸 김기창 화백의 작품은 기독교가 한국의 문화에 걸맞게 토착화되었음을 드러내며 세계에 한국미술의 우수성을 알렸습니다.

 

 

더 라이프 오브 지저스 <아기 예수의 탄생> (출처 : 석파정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김기창 화백은 섬세한 필법이 돋보이는 인물 채색화를 다수 선보였습니다. 한국 전쟁 당시 군산 피난 기간에 그린 <예수의 생애>는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한국인으로 해석한 예수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한국 전통 문화에 기반한 시각으로 예수의 탄생부터 승천까지 성경 속 주요 장면을 총 30점의 성화로 구성했습니다.

 

 

더 라이프 오브 지저스 전시모습 (출처 : 석파정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김기창 화백의 거침없는 상상력은 과거와 현재, 전통과 변화, 동양과 서양의 사이의 역동적 대화를 통해 ‘남을 이해하고 사랑하라’는 변치 않는 기독교 정신의 본류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먼 과거의 메아리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 던져지는 무거운 메시지이기도 하지요. 이해와 관용, 그리고 포용이 필요한 시대에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가 종교를 넘어 우리의 삶에 어떤 목소리를 건네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더 라이프 오브 지저스, 운보 김기창 《예수의 생애》 전작 특별전
전시기간 2023년 12월 2일 ~ 2024년 2월 25일
관람시간 수요일-일요일 
1회차 오전 11시, 2회차 오후 1시, 3회차 오후 3시 / 예약제 관람
전시장소  석파정 서울미술관 별관

 


‘석파정 서울미술관’을 돌아보면 서울의 과거와 현재,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꺼번에 느끼며 마음이 편안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서울 도심에서도 가까운 만큼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찾아가는 나만의 힐링 장소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순간만은 내가 조선의 왕이 되어 석파정에 푹 빠져 보시는 경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