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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우측통행 VS 좌측통행, 나라마다 다른 이유는? <국가별 통행규칙>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와 통행 규칙이 달라 난처했던 경험이 한번쯤 있을 텐데요. 특히 해외에서 운전을 해야 하는데 운전대가 반대에 위치해 있다면 낯선 이국땅에서 느끼는 혼란스러움은 배가 되죠. 왜 나라마다 다른 통행 규칙을 따르는 걸까요? 지금부터 통행 규칙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측통행, 좌측통행의 기원


많은 사람과 함께 조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어디서나 ‘규칙’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개인의 생활방식을 맞춰 나가는 것인데요. 그중에서도 통행 규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규칙 중 하나입니다. 


우측통행과 좌측통행이 생겨난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으나 고대 문헌에 언급된 내용을 보면 그 역사가 꽤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고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고대 로마 시대의 채석장 유적지 주변의 도로를 연구했더니 오른편보다 왼편이 더 깊게 파여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기록만 보더라도 먼 옛날부터 통행 규칙이 존재했고 기본적으로 좌측통행으로 다녔을 것이라고 추측이 가능한데요.



최초의 좌측통행 국가는 영국입니다. 마차의 경우 오른손에 채찍을 들고 있어 우측에 있는 보행자가 위험할 수 있고, 기사들이 오른손에 창을 들고 있어 공격을 위해 좌측통행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좌측통행 규칙은 영국의 식민지 혹은 전쟁이나 무역 등으로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국가에까지 번져나가 각 나라의 규칙으로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우측통행의 기원은 나폴레옹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한때 유럽 땅을 제패했던 나폴레옹은 영국의 통행 규칙을 역이용하여 우측 대신 좌측으로 공격하기 위해 우측통행을 기본으로 하는 기마법을 고안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의 도로 규칙은 프랑스의 우측통행, 영국의 좌측통행이라는 두 개의 갈래로 나뉘게 된 것이죠.



전 세계 34%, 좌측통행을 고수하는 나라들


우리나라를 포함한 66%의 국가가 우측통행을 하지만 나머지 34%는 좌측통행을 하고 있습니다(전체 도로 기준으로 따지면 72%가 우측통행, 28%가 좌측통행). 그렇다면 일부 국가에서는 왜 좌측통행을 고수하는 걸까요?


좌측통행을 하는 나라 중 호주와 뉴질랜드, 홍콩과 마카오는 영국과 관련이 깊습니다. 직, 간접적으로 영국의 영향을 받았던 나라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좌측통행이 굳어진 것이죠. 



또 하나의 이유로는 안전상의 문제가 꼽힙니다. 우측통행의 경우 핸들의 위치가 차량의 왼쪽에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오른손 사용자들이 보다 쉽게 기어를 변속할 수 있고, 좌측통행인 경우 핸들 위치가 오른쪽에 있어 상대적으로 시야 확보가 더 용이하다고 합니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도로 폭이 좁아 경차 사용률이 높은 영국, 일본과 같은 국가에서는 안전상의 문제로 오른쪽에 핸들을 두어 좌측통행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90년 만에 통행 규칙을 바꾼 대한민국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좌측보행 방식을 따랐습니다. 하지만 2010년 7월, 본격적인 우측통행 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1903년, 대한제국의 고종황제가 최초의 자동차인 ‘황제전용어차’를 들여오면서 ‘보행자와 차, 마의 우측 규정’을 발표하며 우측통행이 시작되었는데요. 하지만 일제강점기가 도래하면서 일본의 편의를 위해 모든 통행 규칙을 좌측으로 바꿔야만 했습니다. 1945년, 해방 후 미군정기 당시 우측통행이 다시 도입되었지만 차량에만 적용이 되고 보행 방식은 그대로 좌측통행을 따랐습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타국에 의해 계속해서 통행 규칙이 달라졌기 때문에 2010년에 시행된 ‘우측통행법’은 과거 수난을 겪었던 우리 역사의 뿌리를 끊어내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측통행에는 이점도 많습니다. 국토해양부의 조사에 의하면 보행자가 우측통행을 할 경우 보행속도가 1.2~1.7배나 증가하고, 반대로 충돌 횟수는 7~24%가 감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각 나라의 통행 규칙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통행 규칙은 단순한 것 같지만 의외로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각 나라에 익숙한 통행 규칙에 따라 보행 방향을 맞추는 것이 심리적인 안정감도 더해준다고 하네요. 오늘 알아본 것처럼 각 나라의 통행 규칙에는 역사적인 의미와 보행의 장점 등 여러가지가 담겨 있는 만큼 잘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