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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신도리코 건축여행] 제4부, 창조적 사유의 제작소, 서울본사 본관동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서울공장이라는 이름으로 성수동에 자리잡은 신도리코 서울본사는 아산사업장과 중국 칭다오 공장이 전문성을 높여가면서 자연스럽게 본사의 기능이 강화됐습니다. 사무, 연구 및 경영에 맞는 쓰임을 갖추고자 서울본사는 약 일 년에 걸쳐 리모델링을 진행해 생산 공장에서 연구, 사무, 영업, 교육의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우석형 회장님과 함께 서울본사 리모델링을 총괄한 건축가 민현식 선생님은 서울본사의 재탄생을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Sindoh 서울본사의 변화는 ‘제품의 제작소’가 ‘창조적 사유의 제작소’로 애벌레가 나비가 되듯 변태(變態)됨을 의미합니다. ‘제품’을 위한 공간과 동선이 ‘사람’을 위한 공간과 동선의 조직으로 변신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Sindoh 서울본사의 본관동을 민현식 선생님의 설명과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신도리코 서울본사를 다룬 건축여행 3부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Sindoh 건축여행] 제3부, 서울본사의 첫인상 <Sindoh광장&삼애정&선큰가든>



추억을 잇고 역사를 계승하는 본관동 벽돌


초기 Sindoh 건물은 콘크리트 기둥과 보의 프레임에 붉은 벽돌과 유리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지어졌습니다. 이러한 벽돌집 양식은 서울본사, 아산사업장, 중국 칭다오 공장의 건물 곳곳에 도입돼 Sindoh 건축의 중심이 됐습니다.






Sindoh 건축의 탄생부터 함께한 벽돌벽 기법은 Sindoh만의 감수성과 추억을 상징합니다. 특히 본관동은 서울본사의 주요 건물이기에 본관동에 쌓인 지난 기억들을 가능한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기존 벽돌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법을 더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건축은 과거를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길가의 코너에, 계단의 난간에, 창문의 창살에, 국기 게양대에, 피뢰침에 남아있는 흔적들처럼, 마치 손에 그려지는 손금처럼 담는 것입니다. 본관동을 이루는 벽돌처럼 앞으로의 Sindoh 역사도 차곡차곡 쌓여가길 희망합니다.



밤에 펼쳐지는 또 다른 모습


Sindoh 서울본사가 서울공장으로 불리던 시절, 성수동은 밤이 되면 불빛이 드문드문 있는 차분한 동네로 변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Sindoh의 발전과 함께 성장한 성수동은 이제 여느 서울의 밤처럼 화려하게 빛납니다.






Sindoh 서울본사에서 빛은 또 하나의 건축요소입니다. 선큰가든에는 천장을 비워 빛이 조형물과 물에 반사되는 모습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는데요. 태양광이 하나의 작품이 되는 낮과 달리 본관동 곳곳에 자리잡은 조명은 밤에만 선보이는 색다른 매력을 만들어냅니다.






현대사회의 밤은 밝게 빛을 쏘아 보내는 서치라이트 등이나 부분을 강조하는 국부조명으로 빛납니다. 낮에 보이던 것을 밤에도 보이게 하기 위한 기능에 초점을 맞춘 조명이지요. 하지만 서울본사를 디자인하면서 조명은 사물을 비추는 도구이면서도 건축을 완성하는 재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조명도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인식의 변환은 획기적인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여러 사례를 탐구하고 많이 고민한 결과 밤 풍경의 디자인은 ‘건물의 일부 조형을 강조하거나 낮의 건물모습의 연장으로 연상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정의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본관동의 측면벽은 빛이 건축에 얼마나 중요한 재료인지를 증명한 사례입니다. 본관동은 리모델링 이전 부품을 조립하고 제품을 출하하는 제조 공장이었습니다. 따라서 건물의 곳곳이 공장의 기능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본관동 측면벽의 계단 역시 부품과 제품이 공장을 쉽게 오가게 하기 위해 설치됐습니다. 본관동이 제조 공간에서 사무, 교육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공간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조명이었습니다.






본관동 측면벽 계단은 조명을 만나 밤에만 펼쳐지는 예술 공간을 선사합니다. 간결한 형태, 그리고 재질이 가진 특성을 자연스럽게 살리는 Sindoh 건축의 콘셉트에 맞게 조명 기구의 노출을 최소화 해 가능한 간결하고 정리된 빛의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본관동 건축은 창이 없어도 되는 공장이었기에 이러한 조명 활용이 더욱 돋보일 수 있었습니다.


최소한의 조명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친환경적인 기업 이미지와 부합하도록 연출했으며 계단과 맞물리는 LED 조명기구는 Sindoh의 첨단이미지를 부각시킵니다.



삶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 된 본관동


리모델링은 기존 공간이 가지고 있는 건축적인 조건을 면밀하게 검토해, 새로운 기능을 배열하고, 상호간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일입니다. 여러 차례 회의를 거치며 Sindoh의 임직원과 제가 바라는 본관동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문화를 담은 공간, 삶의 활력을 담은 공간이 그것이었습니다.






Sindoh를 대표하는 본사 이미지에 맞게 본관동 1층에 고객접견실을 새로 마련했습니다. 고객접견실은 Sindoh에 도착하면 직선 동선으로 제일 먼저 다가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외부인, 내부인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동이 바로 보이는 탁 트인 공간과 함께 유리벽으로 독립된 방을 구성했습니다.






고객접견실은 아트리움으로 통하는 문을 거쳐 C&F동, 사무동으로도 쉽게 갈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문과 길을 통해 여러 공간과 장소들을 엮은 고객접견실의 동선은 사무공간이라는 인식을 떠나 하나의 미로이자, 유희의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공장을 사무실화하는 작업은 공간의 재구성이자 직장에서의 삶을 재구성하는 일입니다. 업무와 휴식이 적절하게 조화된 조직 문화는 물리적인 휴식 공간과 상호작용합니다. 이를 위해 본관동 1층부터 3층까지 제품을 보관했던 창고 공간은 휴게실 ‘Refresh room’을 구성해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문과 창문으로 독립된 공간을 구성해 몸과 마음이 진정으로 쉴 수 있는 장소가 됐습니다.






각 휴게실에는 밝은 컬러와 미술 작품들로 감성을 살렸습니다. 또한 C&F동, 사무동, 연구동에서 드나들기 쉬운 1층에는 당구대, 도서관을 마련해 직원들의 문화, 여가 생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리모델링을 통해 본관동에는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고객접견실, 휴게실 등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들을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독립 공간은 옥상정원, 문화공간 등과 함께 창조적 사유의 바탕이 될 고독의 시간을 제공합니다.






어떤 이는 이러한 장소를 두고 시간과 공간의 낭비 또는 업무의 해이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휴식과 여가가 인생에서 중요한 동력인 것처럼, 본관동 곳곳에 자리잡은 휴식 공간들은 서울본사가 창조적 사유의 제작소로 기능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업무공간 안으로 도입된 문화공간과 정원


Sindoh 본관동에서 Sindoh 문화공간은 문화 사유공간의 중심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문화생활을 즐기러 어딘가로 간다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문화를 가장 자연스럽게 향유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일상 안에 깊숙하게 들어와야 합니다. Sindoh 문화공간은 직원들의 동선 한 가운데 자리잡은 미술관입니다.






전시장을 만들기 위해 사무실과 회의실 사이에 있어야 할 폭 3m 정도의 복도를 조금 넓혀 6m로 하고, 천정고를 조금 더 높이고 톱 라이트를 설치했습니다. Sindoh 문화공간의 아이디어는 복도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갤러리를 설계해주는 루이스 칸의 태도에서 착안했습니다. 별도로 마련되어 구태여 찾아가야 하는 예술이 아니라 업무공간 속에 깊이 들어와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예술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Sindoh 문화공관의 양 옆으로 난 길에는 대회의실과 사무실이 자리합니다. 또한 대형 벽면의 뒤로는 또 다른 사무 공간이 이어집니다. 이처럼 Sindoh 문화공간은 분리와 연결을 아름답게 표현해 그 자체로도 또 하나의 예술이자 전시가 됩니다.






Sindoh 문화공간이 업무 중간 중간에 문화를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본관동에 위치한 정원은 업무로 잊혀진 여유를 돌려주는 공간입니다. 도심 속의 사무공간은 일반적으로 외부와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건물 안에 들어오면 점심시간, 퇴근 전까지 바깥바람과 자연광을 즐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Sindoh 본관동 4층에는는 건물 안에서도 빛과 바람을 받아들일 정원을 두었습니다. 본관동 4층에 위치한 옥상정원은 자연을 정밀하게 모사한 일본식 정원입니다. ‘ㄷ’자로 이어지는 두 건물 사이를 이어주기도 하고 한 가운데서 정원 본연의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합니다. 길과 공간으로 이뤄진 옥상정원은 그 곳을 지나쳐가는 사람에게도 휴식을 위한 장소를 찾아온 사람에게도 여유를 선사합니다.






Sindoh 서울본사는 Sindoh의 역사와 함께하며 변화하고 발전해왔습니다. 건축을 통해 일상 속 깊숙이 스며든 Sindoh의 문화는 새로운 신도人이 미래의 Sindoh 를 계승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