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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신도북클럽] 이번 휴가엔 인기소설로 여름 나볼까? 추리/공포소설 추천 5

 


유난히 더위가 빠르게 찾아온 올 여름. 이 때문인지 일찌감치 여름휴가 계획을 잡은 이들도 많은데요. 오랜만에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껏 휴식을 누릴 수 있는 휴가는 어느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오롯이 독서에 빠져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특히 여름엔 추리물과 공포물을 빼놓을 순 없겠죠? 작가와의 한판 두뇌 싸움을 벌이게 해줄 추리소설이나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소설과 함께 휴가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줄 인기 추리소설과 공포소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이가 없는 집 / 알렉스 안도릴 / 필름

  
이 책은 유서 깊은 목재 재벌로 만하임 그룹을 운영하는 페르 귄터가 탐정 율리아를 찾아가면서 시작합니다. 자신의 휴대폰에서 발견한 시체 사진 한 장 때문에 하룻밤 사이 살인 용의자가 되었다는 페르 귄터. 하지만 정작 그는 사진이 찍힌 시간에 술에 취해 잠들어 기억이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사진 속 남자가 누구인지, 장소가 어디인지조차 알아내기 어려운데요.

그러던 중 페르 귄터는 사건이 발생한 날 자신이 머물렀던 만하임 저택으로 율리아를 초대합니다. 그날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다시 모이는데 율리아는 과연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

유럽 독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넷플릭스 제작이 확정된 추리 소설 《아이가 없는 집》은 1,700만 부의 판매 기록을 세운 알렉스 안도릴 작가의 작품입니다. 한국 미스터리 사상 손꼽히는 반전을 이끌어 낸 정해연 작가는 이 책에 대해 “잘 짜인 미로 같은 소설”이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인물들 사이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오히려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숲이 점점 저택을 집어삼키는 듯한 분위기 속에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독자의 흥미를 더욱 자극하는데요. 거듭되는 반전과 끝을 모르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다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녹나무의 여신 / 히가시노 게이고 / 소미미디어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데뷔 35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에 동시 출간된 《녹나무의 파수꾼》의 속편입니다. 전편에서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절도범이 된 레이토가 녹나무 파수꾼으로 일하며 녹나무의 신비한 기념 의식에 관해 알게 되고 개과천선하는 과정을 다뤘다면, 《녹나무의 여신》은 레이토가 여러 사람과 만나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기적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월향신사 좁은 덤불숲 길 끝에 장엄한 녹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레이토는 치후네의 뒤를 이어 새로운 파수꾼이 돼 매일같이 경내를 청소하고 기념이 있는 밤마다 손님을 안내합니다. 그러던 비 오는 어느 날 밤에 기념하던 손님이 쓰러져 레이토는 문단속도 하지 못한 채 종무소를 급히 비우게 되는데, 다음 날 돌아와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빗물에 젖거나 쓰러져 있어야 할 밀초가 멀쩡히 다 타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월향신사에 형사가 느닷없이 찾아오면서 한 집에 두 명의 절도범과 강도범이 연달아 침입한 사건에 휘말립니다. 더구나 시집을 대신 팔아 달라는 여고생과 잠들면 기억을 잃는 소년까지 나타나며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데요.

여러 사건 사고는 후에 녹나무와 레이토를 분기점으로 삼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신비롭게 소용돌이치는 하나의 드라마로 완성됩니다. 그리고 세계관이 더욱 확장되면서 별개로 보이던 에피소드들이 톱니바퀴처럼 치밀하게 그리고 빠르게 서로 맞아 들어가며 숨 가쁘게 읽히는데요. 전편을 읽었다면 곳곳에 놓인 익숙하고도 반가운 장면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습니다. 

 


완전한 행복 / 정유정 / 은행나무

 

 
《완전한 행복》은 정유정 작가의 '욕망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버스도 다니지 않는 버려진 시골집에서 늪에 사는 오리들을 먹이기 위해 오리 먹이를 만드는 한 여자의 뒷모습에서 시작됩니다. 그녀와 딸, 그리고 그 집을 찾은 한 남자가 있습니다. 얼굴을 맞대고 웃고 있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서로 다른 행복은 서서히 불협화음을 만들어 냅니다. 이 기묘한 불협화음은 늪에서 들려오는 괴기한 오리 소리와 공명하며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우지요. 그들은 각자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노력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처럼, 그림자는 점점 더 깊은 어둠으로 가족을 이끕니다.

이 책은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명제에서 출발하면서도 ‘나’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과 부딪치는 순간 발생하는 잡음에 주목합니다. 자기애의 늪에 빠진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휘두르기 시작할 때 발현되는 일상의 악, 행복한 순간을 지속시키기 위해 그것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가차 없이 제거해나가는 방식의 노력이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지를 보여줍니다.

등장인물 세 명의 시점을 교차하며 치밀하게 교직된 이야기는 첫 장을 읽는 순간부터 독자의 발길을 잡습니다. 쾌감이 느껴질 정도의 속도로 결말을 향해 질주하는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이 만든 세계 위를 덮고 있는 서늘한 공포, 인간의 내면에 도사린 어두운 심연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두려움과 공포에 관한 소설이 아닙니다. 소설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한 인간을 조명하고 그것이 타인의 삶에 드리우는 그림자를 조명합니다. 노력의 그림자 안과 밖의 명도 차, 거기에 독자를 매료하는 서스펜스가 있습니다.

작가는 인간의 심연, 그 깊고 어두운 늪의 바닥을 정조준하며 ‘행복의 책임’을 되묻는데요. 끝까지 휘몰아치는 이야기의 마지막 장에서 독자는 “우리는 타인의 행복에도 책임이 있다.”라는 작가의 서늘한 목소리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 시가 아키라 / 북플라자

 


이 책은 일본의 제15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지난 2023ㄴ년 배우 천우희와 임시완이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도 공개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택시 안에 두고 내린 스마트폰이 모든 비극의 출발점입니다. 스마트폰을 택시 안에 깜빡 두고 내린다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법한 설정은 독자에게 압도적인 현실감을 불어 넣습니다. 그것을 주운 남자는 스마트폰의 주인의 여자친구 이나바 아사미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고 돌려주기로 합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아사미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남자는 그녀의 신상정보를 모두 털어 그녀를 함정에 빠뜨립니다. 이제 스마트폰은 흉기나 다름없이 변해 갑니다. 그리고 그가 사는 곳의 인근 야산에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의 변사체가 잇따라 발견되며 또 다른 사건이 전개됩니다.

이야기는 세 가지 시점을 번갈아 가며 진행됩니다. 스마트폰을 주운 남자, 그 표적이 된 이나바 아사미, 그리고 가나가와의 어느 숲 속에서 백골 상태의 여성 사체를 발견한 형사. 작가는 독자들이 단 한순간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도록 이 세 가지 시점을 흡입력 있게 이끌어갑니다.

중복 없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유머 가득한 문체, 무슨 일이 있어도 독자를 즐겁게 만들겠다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적 재미, 자연스럽게 영상이 떠오르도록 만드는 이미지 환기력, 현대인의 공포를 끄집어내는 동시대성 등의 다양한 매력이 이 소설 속에 녹아 있습니다.

 


제비뽑기 / 셜리 잭슨 / 엘릭시르



이 책은 20세기 영문학의 ‘마녀’로 불리는 셜리 잭슨의 대표 단편선입니다. 미국 문학 교과서에 빠짐없이 실리는 표제작 《제비뽑기》를 비롯해 전체 5부로 나눠진 이 단편집에는 1부에 6개, 2부에 7개, 3부에 6개, 4부에 6개 단편으로 총 25개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특별한 사건 없이 소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지옥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아, 인간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야만성과 악을 폭로하여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을 받습니다. 또한 1부를 제외한 각 부의 앞머리에 악마에 관한 짧은 인용과 마지막 5부에서는 악마로 추정되는 남자가 여성을 물에 빠뜨려 죽이는 미국 민요의 가사가 실려 있어 분위기를 더하고 있는데요. 

수록 단편들 중에서도 단연 유명하며 뛰어난 작품은 표제작인 단편 《제비뽑기》입니다. 6월 27일 10시,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이 시간이면 풍년을 기원하는 제비뽑기 행사를 치르기 위해 광장에 모입니다. 젖먹이 어린 아이부터 77세 노인까지 모두 제비를 뽑고 나면 사건이 일어납니다.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마을 풍경을 그리다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잔인한 결말로 끝을 맺는 이 작품은 문명사회의 이름 아래 숨겨져 있던 인간의 악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평범한 마을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벌이는 잔혹한 행위와 행위가 벌어지는 날의 따사롭고 맑은 날씨를 대비시켜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줍니다.

작가는 25개 단편들에서 장르적 장치를 전혀 이용하지 않습니다. 평소 인간이 자각 없이 행하는 야만적인 행위와 악의에 찬 행동을 정면에서 보여줄 뿐입니다. 작가는 무심한 어투로 잔인하리만큼 독자의 불안을 고조시키는 수법과 암암리에 인간의 악의를 읽어 내리는 가시 돋친 문체, 순수한 이야기의 힘만으로 긴장감과 공포를 쌓아 올리는 방식을 보면, 어째서 셜리 잭슨이 장르의 거장이며 동시에 장르의 틀로 해석할 수 없는 작가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책들, 어느 곳에서 읽을지 결정하셨나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바닷가 혹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가득한 방 안 그 어디라도 좋습니다. 설령 특별한 여름휴가 계획이 없더라도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현실과는 다른 세계로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달콤하고 시원한 빙수, 청량한 리듬의 신나는 여름 음악,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장르물과 함께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