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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신도북클럽] 훌쩍 떠나고 싶은 여름!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도서 5

 

 

여름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쉼 없이 열심히 지내왔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면 여행만 한 것이 없는데요. 익숙했던 곳을 떠나 낯선 여행지에서 보내는 시간들은 특별히 대단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느덧 하반기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지금, 여름이 다 가버리기 전에 잠시나마 여행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은 여행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담고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 5권을 소개합니다.

 

 

 

여행의 이유 / 김영하 / 복복서가

 

출간 이후 6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읽혀온 김영하 산문 《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이 복복서가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의 일상에서 여행이란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김영하만의 현란하면서도 정밀한 사유의 경로를 통해 비로소 이해해보게 되는 글 ‘여행이 불가능한 시대의 여행법’이 추가되며 새롭게 출간된 이번 책은 김영하 산문의 정수로 불릴 만합니다.

 

집필을 위한 중국 체류 계획을 세우고 중국으로 떠났으나 입국을 거부당하고 추방당했던 저자의 일화로 책은 시작합니다. 흔치 않은 경험인 추방으로부터 뻗어나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여행의 목적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누군가에게 여행의 목적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휴식일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일 수 있어요. 그러나 여행에는 늘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생겨나기 마련이고, 이는 행로를 바꾸고 어떤 경우엔 삶의 향방까지 바꾸기도 합니다. 애초 품었던 여행의 목적이 우연한 사건들로 미묘하게 수정되거나 예기치 못한 무언가를 대신 얻게 되는 경험, 저자는 이것이 이야기의 가장 오래된 형식인 여행기가 지닌 기본 구조이며 인생의 행로와도 닮았기에 사람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모험 소설과 여행기를 좋아해왔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여행지에서 겪은 이런저런 경험을 풀어내는 여행담은 아닙니다.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타자와 환대,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로 그 주제가 점차 확장되어가는 사유의 여행기입니다. 우리가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한쪽에 미뤄둔 여행과 인생에 관한 단상이 저자의 독보적이고 깊은 인문학적 사유를 따라 각기 그 맥락과 형태를 갖춰가는 독서의 경험은 마치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여행처럼 강렬하고도 긴 파장을 남깁니다. 떠나기 전 여행의 의미와 목적을 가다듬기 위해, 혹은 자신이 다녀온 여행이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헤아리기 위해 이 책이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 / 신혜정 / 사우

 

서른셋, 일 중독자로 질주하는 삶을 살던 저자는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좋아하고 중요하던 일에서 회의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친한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자신에게 묻기 위해 잠시 멈추기를 결정합니다. 그녀가 선택한 다음 행보는 실크로드를 따라 유라시아를 자전거로 달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하기로 결심하죠. 여자 혼자 하는 자전거 여행도 쉽지 않았지만 무더위와 배고픔 속에서 페트병에 든 시원한 음료수와 비닐 포장된 과자를 사 먹을 수 없는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만큼의 기쁨과 감동도 누릴 수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1년 6개월간 15,000km를 달리며 가치 있는 삶에 대해 자신에게 질문하고 대답하기를 수없이 반복합니다.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고, 바다와 대기는 쓰레기와 미세먼지로 오염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지구는 이렇게 넓고 큰데 먼지보다 작은 존재인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는 있는 걸까?’ 저자는 여행 중 세계 곳곳의 쓰레기 처리장을 둘러보고 재활용 작업장에서 일을 해보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됩니다.

 

여행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지친 자전거 여행자에게 조건 없는 환대를 베풀어 줍니다. 미얀마의 오르막길에서, 파키스탄의 라마단 기간에, 파미르고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는데요. 낯선 자전거 여행자에게 조건 없는 나눔을 베풀어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떤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적입니다.

 

이 책은 오랜 여정에서 저자가 깨달은 인생과 일의 의미와 소중한 가치에 대해 들려줍니다. 저자가 만난 수많은 사람과 온갖 사연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독자는 마치 함께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듯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데요. 힘겨운 자전거 여행 중에도 비닐 포장지 하나를 안 쓰려고 배고픔과 갈증을 견디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편리함에 젖은 우리의 일상을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나의 문학 답사 일지 / 정병설 / 문학동네

 

이 책은 국문학자의 시선으로 대한민국 곳곳의 숨은 역사와 문학의 자취를 탐구한 책입니다. 여행기이자 문학 안내서입니다. 어릴 때부터 지도 보기와 무작정 걷는 것을 좋아했던 저자는 커서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되었고 ‘한국문학과 여행’이라는 교양과목을 맡아 가르치면서 답사를 다니며 쓴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춘향전》과 《금오신화》의 〈만복사저포기〉의 고향 남원, 혜경궁 홍씨의 친정이 있던 서울 북촌 등 문학으로 둘러본 장소는 마치 모르던 곳처럼 새롭게 느껴집니다. 궁궐의 주방인 소주방을 분주히 돌아다니는 궁녀와 환관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지는 묘사가 독자를 더욱 깊은 여행의 세계로 이끕니다. 《탁류》를 탄생시킨 군산에서는 일제강점기와 근대 역사의 상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이렇듯 여행 가이드에서는 볼 수 없는 연구자의 깊이 있는 지식으로 가득한 책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여행에서 최고의 충만감을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여행 안내서이기도 한데요. 저자는 독자들에게 여행할 때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과거의 역사와 당시 풍경을 마음으로 재현해볼 것을 제안합니다. 그러면 순간을 사는 인간도 도도한 역사의 일부로 존재를 확장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여행 중에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본전을 찾겠다고 결심한 분주한 마음은 여행 중임에도 정복할 대상 밖에 보이지 않고,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아름다움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지에서 보내온 편지처럼 이 책은 감성적이고 생생한 묘사로 빛납니다. 식도락가이기도 한 저자의 시선에 포착된 의외의 특별한 맛집 소개와 위트 넘치는 대목도 있어 슬며시 웃음을 짓게 만드는 매력적인 책입니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 달

 

저자의 이 여행노트는 오래 전부터 계획된 대단하고 거창한 여행기가 아닌, 소소하지만 낯선 여행지에서의 일상과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 이야기 날것 그대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작정하고 책상에서 앉아 깔끔하게 정리하고 쓴 글이 아니라, 어느 나라 어느 길 위에 걸터 앉아서 혹은 어떤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생각나는 대로 적은 것인데요. 정제되지 않은 듯 생동감 넘치는 글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때 그곳의 공기를 함께 호흡하게 합니다.

 

표지만 봐도 쾌청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 청량감이 느껴지는 이 산문집에서는 이전 작품인 《끌림》보다 한층 더 울림 있고 따스해진 이병률 작가의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위트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문장들과 감성 가득한 사진들도 인상적입니다.

 

먹고 버린 라면 봉지에 콩을 심어 싹을 틔운 인도 불가촉천민들, 비용이 너무 많이 나왔다며 오히려 절반만 받겠다는 루마니아 택시 기사, 비행기가 좋아서 일주일에 두세 번씩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가 떠나거나 돌아오는 사람들을 만나는 할아버지… 이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슬라이드 필름이 돌아가는 것 같이 하나씩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이 책을 통해 저자의 반대편에 마주 선 우리도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고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 / 청미래

 

저자는 바베이도스, 마드리드, 시나이 사막, 프로방스, 레이크 디스트릭트, 암스테르담 등 다양한 장소를 여행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여행에 나서게 하는 요인들을 알려줍니다. 우선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사진 한 장에 대한 기대로 여행을 결정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우리가 거치게 되는 휴게소, 공항과 같은 장소에서 외로움에 대한 위안을 받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국적인 것을 찾고 우리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여행을 떠납니다. 우리를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낯선 땅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마음마저 가지게 되는데요. 그래서 작은 것에서도 더 큰 위안과 더 큰 재미와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풍경이 주는 위대함도 우리를 여행에 나서게 합니다. 18세기 영국의 시인 워즈워즈는 그 전까지는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했던 시골의 자연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그로 인해 수많은 도시인들이 마음의 위안을 찾아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여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기대의 즐거움, 이국적인 것의 매혹, 바베이도스의 바다 풍경에서부터 히드로 공항의 비행기 이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존재하고 있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여행의 목적지뿐만 아니라 여행을 어떻게 가야 하고, 왜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매력적인 책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책들을 통해 여행이 가진 다양한 힘을 느껴보세요. 일상에 지친 나에게 힐링을 주는 것은 물론, 새로운 발견을 통해 나를 더 성장할 수 있게 하며 긍정적인 기운도 가득 충전할 수 있습니다. 여행의 이유는 저마다 다를 텐데요. 더 늦기 전에 나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가볍게 꾸린 여행 가방 속에 오늘 소개해드린 책 한 권도 함께 챙겨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