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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미술관산책] 문화 본연의 모습을 탐색하는 공간, 제주 본태박물관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본태박물관은 “本態, 본래의 모습” 이라는 이름의 뜻 그대로 문화 본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탐구한다는 취지로 세워진 문화공간입니다. 현대 미술의 거장인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물이라는 점에서도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인데요. 오늘은 본태 박물관과 현재 전시중인 주요 작품들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인 본태박물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본태박물관은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의 탐구’라는 설립 취지에 어울리는 다채로운 전시, 문화 포럼, 아카데미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문화를 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제주도 대지에 순응하는 전통과 현대’ 컨셉으로 설계를 진행하였으며, 박물관을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전통공예품과 현대 미술품을 위한 전시 공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본태 박물관 외부

 

본태박물관 곳곳에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노출콘크리트에 빛과 물을 건축 요소로 끌어들여 건축과 주변과의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죠. 

건축 요소로 삼은 ‘물’은 박물관 양쪽의 통로를 통한 바람의 이동에 따라 움직임이 연출되기도 하고, 안정되고 고즈넉한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얕은 구조를 통해 조용히 흐르는 물을 구현시켜 건축적으로 관람객이 공간에 도달하기 전 건축물과 주변 환경을 구분하는 역할을 합니다.

본태박물관 수경폭포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기하학적인 구조를 갖는 것이 특징입니다. 정사각형, 직사각형 등 단순하고 딱딱한 기하학적 요소들을 병치, 결합, 분할, 첨가함으로써 공간의 리듬감을 부여해주는데요. 이러한 요소들이 만들어 내는 각각의 공간이 서로 조합이 되어 다양하고 복잡한 전체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또한 박물관 곳곳에서 앞에 다가올 장면을 의도적으로 가리면서 앞으로 펼쳐질 상황에 대해 관람객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로와 같이 복잡하고 구불구불한 동선은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강조하며 이 동선 속에서 박물관의 곳곳을 거닐고 느끼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경험을 유도합니다. 건축가는 박물관 설계 시 주어진 경로에 따라 움직이면서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장면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합니다. 안도 다다오에게 ‘공간성’이라는 것은 하나의 절대적인 방향에서 보는 시선의 결과가 아닌 신체의 움직임에 의한 다양한 시점이 만들어 내는 결과인데요. 이를 위해 그는 인위적으로 동선을 조작하거나 길게 늘이는 방법을 택함으로 의도적인 시퀀스를 만들어 냅니다. 

 

본태가든 꽃담장



안도 다다오는 전시 콘텐츠에 맞게 건축 요소에도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노출콘크리트 기법은 다소 현대적인 느낌이지만 건물과 건물 사이를 가로 지르는 담장은 한국 전통 담장 양식으로 마감하였는데요. 그렇게 만들어진 전통 담장 길은 왼편에 담장을 두고, 오른편은 바람에 따라 흐르는 물을 감상하며 사색을 경험할 수 있게 하여 관람객이 안도의 건축 특징, 자연 그리고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한 곳에서 모두 느낄 수 있게끔 만듭니다.
  

본태박물관 루프탑



안도 다다오는 자연 자체와 친해지기 보다 건축을 통하여 자연의 의미를 변화시키기를 희망합니다. 멋진 건물 혹은 랜드마크라는 단순한 건물의 존재 이유 외에 자연, 문화적 특성과 같은 장소의 특징을 끌어들여 건축 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게끔 건축물 주위의 환경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통해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본태박물관이 위치한 제주도의 자연환경에 대해 그는 ‘한국 남단의 최고봉인 한라산이 중앙에 있고 용암이 여기저기 굳어 노출된 화산섬이며, 바람이 강하게 불어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할 정도이지만 자연의 힘이 결코 만만치 않은 곳’이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울창하고 푸르른 주변 환경과 건물의 조화를 위하여 심사숙고하여 본태 박물관을 계획했다고 하는데요. 이와 같은 건축 배경에 대해 이해한 뒤 본태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을 한 자리에서 만나다

 


본태 박물관은 실내에 위치한 5개 전시관과 야외 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전시관마다 각각의 공간에 맞는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 본태박물관은 전통공예부터 현대미술까지 특색 있는 작품들로 관람객들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데요. 각 전시관별 주요 전시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흑칠 원반



제1전시관에서 전시 중인 ≪아름다움을 찾아서≫에서는 소반·목가구·보자기 등 다양한 전통 수공예품 824점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던 전통 수공예품은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보면 알 수 있고, 남녀노소 관계없이 누구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재입니다.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던 전통 공예품을 관람하면서 시간의 흔적, 선조들이 살아왔던 시대의 모습까지 살펴볼 수 있는데요. 보편적인 유물을 통해 우리 본연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것이 본태박물관이 추구하는 취지이기도 합니다.

 

<Meditation Room>, 2012, 안도 다다오



주택의 구조로 되어 있어 마치 설립자의 집에 초대된 듯한 느낌을 주는 제2전시관에는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백남준, 쿠사마 야요이, 로버트 인디애나, 줄리안 오피, 피카소, 달리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과 안도 다다오의 <명상의 방>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제2전시관에서는 막연히 어렵고 난해한 것으로 여겨지는 현대미술을 편안한 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며, 자신이 가진 경험을 통해 작품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현대미술을 보고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마음속에 잘 모르겠다는 그 생각이 남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말처럼 색다른 공간 속에서 나만의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무한한 반복이 그려내는 아름다움, 쿠사마 야요이

 

<Pumpkin>, 2013, 쿠사마 야요이


 
제3전시관은 무한한 반복의 패턴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이자 현대미술의 거장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 작품이 전시 되어있습니다. 조각 작품인 <Pumpkin (호박)>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물방울 패턴을 호박에 입힌 작품으로 작가의 유년시절의 경험으로 생겨난 호박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느껴지며, 쿠사마 야요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품입니다.

설치 작품<Infinity Mirrored Room-Gleaming Lights of the Souls (무한 거울 방)>은 점의 확장인 동시에 그 속의 자신은 소멸됨을 의미하며, 그 경험 속에서 관람객은 자신을 잊게되는 몰아의 경지에 빠져들게 됩니다. 쿠사마 야요이 자신의 환각 증상인 점의 무한 증식으로 자신과 주변뿐만 아니라 모든 세상이 무한한 점으로 뒤덮이고 확장하는 경험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상여



제4전시관에서는 <피안으로 가는 길의 동반자> 전시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의 흔적에 인해 점차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 상례를 접할 수 있는 전시관으로, 사람의 일생 중 가장 마지막으로 치르는 의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여와 그 상여의 주인공인 떠나가는 자를 생각하는 마음을 투영해 주는 꼭두에서 본래의 아름다움을 찾고자 합니다. 

우리 선조들에게 죽음이란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치고 저 세상, 즉 피안으로 가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행차를 도와주는 상여와 이를 더욱 아름답게 장식하고 유쾌한 표정과 몸짓을 보여주는 꼭두는 피안으로 가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독성도



제5전시관에서는 ≪空間:삶과 불교미술이 만나다≫ 기획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공간’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삶의 여러 영역에서 자주 사용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불교 미술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의 삶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고 있어요. 관람객들이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동시에 내면의 평화와 깊은 사색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총 3개의 공간으로 구획되어 있으며 첫 번째는 ‘불교미술을 주제로 한 삶과 불교미술이 만나다’. 두 번째는 ‘infinity road-nirvana’, 세 번째는 유교 문화 전시인 ‘삶과 제례 문화가 만나다.’ 입니다.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의 삶의 빈 공간을 가득 채우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제주의 자연을 담은 아름다운 조경과 현대미술의 조화

 

<Gitane>, 2008, 로트르 클라인 모콰이(Rotraut Klein-Moquay)

 


야외 조각공원에서는 제주의 자연과 어우러진 현대미술 조형물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조형물은 안도 다다오가 건축에 담아낸 물, 빛, 바람 등과 함께 시시각각 변화하며 박물관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데요. 하우메 플랜자 <Children’s Soul>부터 호숫가의 물빛과 함께 다채로운 색상을 뽐내는 데이비드 걸스타인 <Euphoria>, 강렬한 색깔의 로트르 클라인-모콰이 <Gitane>등의 작품을 본태박물관 조각공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본태박물관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번지 69
관람시간 연중무휴 10:00-18:00 (입장마감 17:00)
홈페이지  https://bontemuseum.com



본태박물관은 한국 전통수공예의 새로운 미래가치를 탐색하여 현대와 소통하고 세계의 다양한 미술관 문화가 한국문화와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입니다. 사람과 사람, 자연과 건축, 전통과 현대, 세계와 한국이 서로 만나 아름다움으로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세계인의 감성을 움직여 보다 윤택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가꾸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올 여름엔 본태박물관을 찾아 현대 미술과 한국의 전통적인 느낌을 동시에 담아낸 건물을 둘러보고 수준 높은 전시를 감상하면서 제주에서 색다른 시간을 보내 보는 걸 추천합니다.

*이미지 출처: 본태박물관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