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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미술관산책] 자연친화적인 가족문화공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제적인 규모의 시설과 야외조각장을 겸비하여 탄생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은 중앙과 지방 미술관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미술관입니다. 다양한 근·현대 시기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어린이, 가족 중심의 자연 친화적인 곳이라 가족끼리 방문하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오늘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과 현재 전시중인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자연 속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 덕수궁, 과천, 청주 총 4관이 있습니다. 그 중 과천관은 1986년 건축가 김태수가 설계했습니다. 한국 전통공간 구성 방식을 현대적 기능에 맞게 적용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이루어진 공간이자 주변 자연 경관과 어우러진 가족친화적 미술관입니다. 과천관은 건축·공예·사진·회화·조각·미디어 등 분야별 전문성을 살린 8개의 전시실과 어린이들의 교육과 체험을 위한 어린이미술관으로 구성된 관람객 중심의 미술관인데요.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조각장에도 다양한 전시품을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백남준, <다다익선>



실내 전시관 중앙홀에는 과천관을 대표하는 백남준의 초대형 작품인 <다다익선>이 채워져 있습니다. 개천절인 10월 3일을 뜻하는 1003개의 모니터를 탑처럼 쌓은 작품입니다. 높이가 18m인 이 작품 주위로 나선형 관람공간을 빙 돌아 올라가면 중앙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3층 복도에서 멈추는데요. 과천관은 중앙홀을 중심으로 말발굽 형태의 복도가 전시실을 연결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복도 벽면에도 작품을 걸어 전시 공간의 역할을 겸하고, 새로운 공간 경험이 가능하도록 복도 한편에 시설물을 설치하는 ‘회랑 프로젝트’ 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MMCA 과천프로젝트》로 만나는 두 정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넓게 펼쳐진 산세와 조화를 이루도록 지어졌습니다. 미술관을 설계한 김태수 건축가는 진입로부터 입구까지 걷는 과정에서 호수와 돌다리, 정원 등 자연과 마주하는 공간의 경험을 중시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주변 전경을 조망하며 산책할 수 있는 옥상에서 절정을 이루지만, 건립 당시 계획과 달리 이곳은 그 동안 관람객들에게 적극적으로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감각의 공간으로 제시하는 공간재생 프로젝트인 《MMCA 과천프로젝트》로 2022년 ‘옥상정원’을 선보이며 관람객에게 개방하게 되었습니다. ‘옥상정원’은 옥상 공간을 건축가의 원래 의도였던 산책로이자 자연·건축·예술의 조화가 빚어내는 특별한 공간으로 재편하여, 옥상의 특수한 장소성을 되살리고 미술관 공간 경험의 시퀀스를 완성하였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옥상정원



그리고 2023년은 과천관 로비에 위치한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따라 경사로를 올라오는 길에 찾을 수 있는 ‘원형구역’(원형정원, 동그라미 쉼터, 옥상정원)을 공간 재생지역으로 설정하였습니다. 공간에 대한 기억은 시각적, 청각적 자극에 의한 감각기억에서 시작하나 금세 사라집니다. 따라서 기존의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시각 정보 이외의 청각, 후각 등의 다른 감각 경험을 추가함으로써 관람자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1시간 분량의 미술관 전용 음악이 들리고, 관람객은 정원의 식재와 미술관 공간을 재해석한 감각적인 작업물을 통해 원형구역의 순환하는 이미지를 상상하게 되는데요. 관람객은 음악과 드로잉을 통한 다층적 공간 경험으로 인해 기존 프로젝트들과의 연결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10월 20일까지 체험 가능합니다. 

 

원형정원 전시 모습



자연과 작품과 함께 즐기는 야외조각공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개관과 더불어 조성된 야외조각공원은 청계산과 관악산에 둘러싸인 수려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약 33,000㎡ 규모의 야외조각공원은 사계절마다 특색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철따라 야외음악회, 공연, 축제 등 여러 행사가 열려 종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어요. 현재 야외조각공원에서는 이우환, 곽인식, 조나단 브로프스키, 베르나르 브네, 쿠사마 야요이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 85점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야외조각공원 전시 모습 (베티골드, 《가이꾸시리즈 XI, XVII》)



어린이의 다채로운 예술경험을 위한 어린이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층에 있는 어린이미술관은 국내 대표 어린이미술관으로서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체험 전시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ㆍ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과천 야외 공간에서 예술ㆍ자연ㆍ 놀이를 주제로 한 예술놀이 공간과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미래 세대가 현대미술의 의미를 탐색하며 다채로운 예술교육을 경험하도록 지원하며 어린이·가족을 위한 ‘참여하는 미술관, 열린 미술관’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현재 어린이미술관에서는 «다섯 발자국 숲 (Dear My Forest)»이 전시중인데요. 구불구불한 숲길을 지나 산허리에 자리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안과 밖, 자연–미술관–사람–예술을 연결하는 전시입니다.

 

어린이박물관 전시 모습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 대안적 주거를 탐구하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대표 전시는 지난 7월 19일부터 진행중인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입니다. 이번 전시에는 30명(팀) 건축가의 58채 단독 및 공동주택이 소개됩니다. 전시에 참여하는 건축가는 승효상, 조민석, 조병수, 최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성 건축가부터 양수인, 조재원 등 중진, 그리고 비유에스, 오헤제건축 등 젊은 건축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이들은 집을 통해 가족 구성원 및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기후위기 등 점점 빠르게 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질문하고 있어요. 특히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별칭을 가졌을 정도로, 인구의 과반수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대안적 선택으로 자리 잡은 집들을 통해 삶의 능동적 태도가 만든 미학적 가치와 건축의 공적 역할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결하는 집 :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 포스터



전시는 건축가와 거주자의 작품 및 자료로 구성된 관람 중심의 2전시실과 이를 워크숍, 영화, 강연 등으로 확장하는 참여형 공간의 1전시실로 구성되며, ‘선언하는 집’,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 ‘관계 맺는 집’, ‘펼쳐진 집’, ‘작은 집과 고친 집’, ‘잠시 머무는 집’ 등 총 6개의 주제로 집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이 밖에도 건축가의 설계 과정을 살펴보는 건축 자료, 건축주의 삶의 흔적이 담긴 생활 자료와 함께 영상과 모형 등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나의 집’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현실적인 집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누군가 오래 머문 공간은 그 사람을 닮는다고 하는데요. 우리에게 자신을 닮은 집을 내보인 건축가들, 그리고 그들과 연결된 다양한 집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소개된 집들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주택과 주거문화를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전시에 소개된 집들을 관찰하다 보면 집을 만든 건축가의 제작 의도보다 거주자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마치 ‘연결하는 집’들이 우리에게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요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전시를 보는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시작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각자의 삶의 환경을 타인의 삶과도 연결해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연결하는 집》 전시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전시명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
전시 일정 2024년 7월 19일 (금) ~ 2025년 2월 2일 (일)
전시 시간 화-일 오전 10시~오후 6시 / 매주 월 휴관
주소 경기도 과천시 광명로 131(막계동)
홈페이지 https://www.mmca.go.kr

 


올해 유난히 길었던 여름이 서서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에는 제법 선선한 공기가 느껴지면서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에 마음마저 설레는데요. 너른 잔디밭과 저수지, 가을로 변신하고 있는 청계산과 관악산까지 자연을 만끽하며 가을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야외조각장에서는 자연 속 예술작품들을 만나고 실내 전시장에서는 살아 숨쉬는 한국 현대미술과 만날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 사진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및 블로그